[씨네21 리뷰]
또 한편의 `스포츠 영화` <드럼 라인>
2003-04-0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Story

남다른 드럼 연주실력을 가진 데본은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와 마칭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데본의 지나친 자신감은 상급생 숀과 불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데본과 숀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 즈음 데본이 감춰왔던 비밀이 밝혀지고, 팀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단장 리는 데본을 팀원에서 제외한다. 마칭밴드 경연대회를 앞둔 시점,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숀에 의해 데본은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회준비에 동참한다.

■ Review

먼저, 어디선가 본 듯한 관습적인 캐릭터들이 있다. 실력은 출중하지만 철모르고 오만함이 넘쳐 말 안 듣는 신입생 데본. 그보다 실력은 조금 모자라지만 밴드를 위해 자존심을 꺾을 줄 아는 마음 넓은 상급생 숀. 다들 유행을 따라해도 굳건하게 생각을 고수하는 고집불통 단장 리. 그들을 엮어주는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다. 데본과 숀의 불화, 위기에 처하는 밴드, 리 단장의 변화하는 태도, 그리고 화합, 끝내는 감동적인 공연.

마칭밴드의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드럼 라인>은 낯익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새로운 소재’에 덧입힌다. 그러나 인물들의 갈등이 화해를 예고하고, 위기는 극복을 모색하면서 드라마의 긴장은 사라진다. <드럼 라인>에서는 그 예측 가능한 드라마보다 화려한 군무를 연상시키는 마칭밴드의 공연장면이 매혹적으로 남게 된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답게 찰스 스톤 3세는 마칭밴드의 공연장면 하나하나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드럼 라인>의 긴장은 거기에 있으며, 그리고 그 긴장의 폭발은 한팀이 아니라 두팀이 맞서 공연하는 순간이다.

<드럼 라인>은 모두가 이완되어 있을 때 벌어지는 하프타임 때의 공연을, 마치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몇 시간의 혈투와 같은 것으로 다룬다. 운동선수들이 쉬고 있는 동안 마칭밴드는 경기에서의 숨가쁨만큼이나 치열한 승부를 벌인다. 막간의 그 7분은 또 하나의 경기인 것이다. 그 흔한 캐릭터와 스토리는 흔히 스포츠영화에서 팀원들이 겪어내는 ‘극복’의 드라마와 가까우며, 밴드들의 공연 대결은 마지막 호루라기를 향해 달려가는 경기의 맥박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드럼 라인>은 또 한편의 ‘스포츠영화’이다. 적어도 이 또다른 시합은 긴장을 잃지 않는다. 선택된 ‘새로운 소재’, 바로 마칭밴드의 본래적인 흥분만은 생생하게 살아남아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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