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코(나카마 유키에)는 어머니가 자살한 뒤 도쿄에 간다. 성인이 된 사다코는 어느 박사의 보호 아래 연기 지망생이 되어 공연을 연습한다. 사다코는 연습에 몰두하던 중 한 배우와 사소한 시비가 붙는다. 그리고 의상 코디네이터는 사다코의 이상한 능력에 대해 눈치챈다. 음향감독은 극에 쓰일 효과음 테이프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발견한다. 이렇듯 사다코의 주변에선 알 수 없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누군가가 사체로 발견되는 일까지 겹친다. 히스테리 상태에 접어든 극단원들은 모든 원인을 사다코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 Review그녀가 얼굴을 드러냈다. <링> 시리즈에서 관객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다코 말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우물을 기어나오는 그녀의 모습, 얼굴을 긴 머리결로 뒤덮은 모습만을 강요받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링0 버스데이>에 이르러 의외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사다코가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얼굴은 말끔하고 청순가련형에 가깝다. 이것은 <링> 시리즈의 새로운 진화일까. 혹은 원작자의 상상력을 바닥까지 헤집어 상품화하려는 의도일까? <링0 버스데이>는 시리즈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해묵은 과거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링0 버스데이>는 공포영화라기보다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영화 속 사다코라는 여인은 어머니의 저주가 드리운 탓에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가 연기연습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평온을 되찾게 된다. 사다코 곁엔 그녀를 지지하는 남자가 생긴다. 살인자라는 의혹을 받고 ‘비정상’으로 몰리지만 사다코의 연인은 끝까지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비극적인 최후를 피하려 들지 않는다. 짐작할 수 있듯, <링>의 마지막 시리즈 <링0 버스데이>는 어느 여성의 자기발견의 드라마다. 저주의 원류였던 사다코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운명의 덫에 걸리게 되는지, 또한 초인적 능력을 자각하게 되는지를 되짚고 있는 것이다. 사다코는 분명, 남다른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애당초 공포스러운 힘이었던 것이 아니라 비정상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타인들에 의해 증폭된다. 그리고 복수극이 힘차게 막을 올린다. 같은 이유로 <링0 버스데이>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1976)와 구조상 많이 부분 흡사하다.
<링0 버스데이>는 <링> 시리즈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임을 암시한다. 기나긴 시간동안 우물 속 사다코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검은 암흑 속에서. 아무도 대화를 나눌 사람 없이. 혼자서. <링0 버스데이>는 작은 해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시리즈를 계속 챙겨본 이라면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