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버디영화의 즐거움,<벤자민 프로젝트>
2003-04-08
글 : 이영진
■ Story

버쿰 잭슨(아이스 큐브)은 현상금에 눈이 먼 사립탐정. 용의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백주대낮에도 총질을 서슴지 않는다. 할인점에서 어슬렁거리며 노친네들을 놀리는 것이 취미인 잡범 레지 라이트(마이크 엡스)는 로또복권을 사가지고 나오다 버쿰에게 쫓기고 급기야 다이아몬드 갱단의 차에 동승하게 된다. 레지는 기지를 발휘해 갱단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지만, 6천만달러에 당첨된 로또복권이 든 지갑을 두고 왔음을 알게 된다. 한편, 레지를 뒤쫓다 갱단의 총질에 목숨을 잃을 뻔한 버쿰은 낙심한 레지를 붙잡지만, 결국 파트너를 이뤄 다이아몬드 갱단의 소재를 찾아나선다.

■ Review

버디영화의 즐거움은 불협화음 맛보기다. 견원지간까진 아니더라도 흑백, 신구, 남녀 등 현실의 대립항들은 버디영화의 볼륨을 높이기 위한 설정으로 종종 애용되어왔다. <벤자민 프로젝트> 또한 톰과 제리마냥 앙숙인 투덜이 사립탐정 버쿰과 떠벌이 삼류 사기꾼 레지를 2인용 좌석에 동승시킨 액션버디물. 레지를 만만한 먹잇감으로 여기는 버쿰과 버쿰을 귀찮은 찰거머리로 여기는 레지가 한데 힘을 모아 다이아몬드 갱단을 뒤쫒는다.

흑인 버디만으론 2% 부족해서일까. <벤자민 프로젝트>는 조절된 수위이긴 하지만,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의 반골 기질을 적절한 타이밍에 수혈한다. “로또복권조차 흑인을 차별한다”고 내뱉는 버쿰은 백인의 항문에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추격전의 와중에 뒷바퀴를 권총으로 쏘라고 하자 레지는 “내가 멜 깁슨이냐”고 빈정거린다. 버쿰 역의 아이스 큐브는 흑인 래퍼 출신으로 <넥스트 프라이데이> 등을 제작한 배우. 그가 강력히 추천했다는 짝패 레지 역의 마이클 엡스는 스탠딩 코미디언으로서의 입심을 십분 발휘한다.

대사를 통한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인 탓에 이야기 전개는 다소 헐거운 편. 다양한 각도의 앵글을 빠른 편집으로 이어붙여 만회하려 한다. 휘트니 휴스턴, 제니퍼 로페즈 등의 뮤직비디오 연출과 CF 연출로 잔뼈가 굵은 신인감독 케빈 브레이와 <엑시트 운즈> <로미오 머스트 다이>의 촬영을 맡았던 클랜 맥퍼슨은 오프닝부터서 자신들의 장기가 무엇인지를 주입한다. 악녀 우르슬라 역의 카멘 채플린이 찰리 채플린의 손녀라는 점도 챙겨두면 좋을 정보.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 첫주에 1천만달러(제작비14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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