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거울 속으로> 주연 유지태
2003-04-14

2001년 가을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가슴 아릿해지는 대사를 관객에게 남긴 채 한동안 스크린에서 멀어져 있던 유지태(27)가 오는 6월 <거울 속으로>(제작 키플러스픽쳐스)와 함께 돌아온다. 지난 1월 12일 크랭크인한 <거울 속으로>는 현재 75% 가량 촬영을 마쳤으며 5월 1일 크랭크업을 예정해놓고 있다. 주말도 잊은 채 충무로 흥국빌딩에서 밤샘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그가 기자들과 만났다.

"TV나 신문 등에 잘 등장하지 않아서 그렇지 제 나름대로는 더 바빴어요. <봄날은 간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오는 추석 개봉 예정인 <내츄럴시티>(제작 튜브엔터테인먼트)를 찍었고 지난해 4월부터 5개월간 일본에 머물며 어학 공부를 했어요. 돌아와 복학한 뒤로는 중편영화를 하나 만들었지요."

신예 김성호 감독의 <거울 속으로>는 거울 속에 비친 영상이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줄거리의 호러 스릴러. 유지태는 거울 때문에 오발사고를 일으켜 동료를 죽인 뒤 퇴직한 형사 우영민으로 등장해 현직 형사 하현수(김명민)와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여기서도 자신감 있고 당당한 풍모는 찾아보기 어렵고 실수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흔들리는 여린 모습을 보인다.

"저는 멋져보이는 캐릭터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배역에 마음이 끌리더라구요. 캐릭터에 대해 특별한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마초적인 속성이 강한 역할은 도저히 못하겠어요. <리베라메>나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남성적인 영화에서도 제가 연기하는 인물은 내면적 고민이 가장 많은 스타일이죠. 이번에도 형사치고는 유약해보이면서도 인간미가 넘치지요."

유지태는 <동감>이나 <봄날은 간다>의 기억이 워낙 도드라져 멜로 전문배우로 기억되고 있지만 <가위>로 공포영화 체험도 쌓았다. 공포영화를 또 선택한 것은 일상적 소재인 거울을 흥미롭게 풀어낸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 그러나 정작 연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보는 게 거울이지요. 거울이 사물을 그대로 비춘다고 믿고 있지만 거울 속의 모습이 실제 내가 아니라고 상상하면 무서운 생각이 들지요. 실제로도 거울 속의 내가 나를 쳐다보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섬뜩하겠어요. 그런데 내면과 외면의 1인2역을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 부담스러웠어요.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곳에서 촬영을 자주 하다보니 조명과 카메라 위치 때문에 훨씬 시간도 많이 걸렸지요."

다음달 크랭크인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제작 에그필름ㆍ쇼이스트)에도 캐스팅된 유지태는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 영상예술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영화학도. 일본 어학연수도 영화 공부를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그가 연출한 중편영화 <자전거 소년>은 5월 15일 개막 예정인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 초청됐다.

"대학교 때 실습용 단편영화를 제작할 때와 달리 <자전거 소년>은 어깨에 힘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늘 카메라 앞에 서다가 모처럼 뒤에 서다보니 너무 행복했지요. 저는 감독으로서는 상업영화에 대한 미련이나 욕심이 전혀 없습니다. 일본에 가보니 영화계가 기업화되지 않아 예술영화나 실험영화가 도쿄 한복판 신주쿠나 시부야 극장가에서 늘 상영되고 있더라구요. 저도 앞으로 대안영화로 영화계를 건강하게 만들어나가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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