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에서 이상한 사고가 잇따른다. 심장박동기를 착용한 이들이 순식간에 숨지고 새떼들은 갑자기 방향감각을 잃고 가미카제처럼 빌딩을 향해 달려든다. 여자보다 지구물리학을 더 사랑하는 조수아 키스 박사(아론 에크하트)는 일련의 사태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구 자기장의 이상징후를 지목한다. 지구의 내핵이 회전하며 자기장을 일으키고, 이 자기장이 태양을 포함한 외계의 유해분자를 막아줘왔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내핵이 회전을 중단해버렸다는 것이다. 자기장이 사라지면 지구의 생명체는 끝장이다. 해결책은? 지구 핵(코어)을 인위적으로 회전시키는 길뿐이다.
■ Review할리우드영화는 이따금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미국의 ‘두 얼굴’을 들춰내곤 한다. 의도적이진 않았겠지만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SF재난영화도 그렇다. 때가 때이니만큼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역시, 인류를 파괴할 비밀병기는 미국이 갖고 있었군’이라거나 ‘병주고 약주는 미국식 인류구원기’라는 조롱 반 불평 반의 심기를 갖게 한다.
미국이 최고급 과학인력을 동원해 만든 비밀병기는 인공적인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것인데, 그것이 그만 지구의 핵을 건드렸다. 그래서 영구 엔진처럼 돌던 핵이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러자 우습게도 미국 정부의 주도로 선진국 연합의 해결사를 꾸린다. 지구 핵에 접근해 핵무기를 터뜨려 그 힘으로 멈춘 엔진을 돌리게 하는 특공대를 파견하는 것이다.
사실 비아냥거리고 싶은 심정을 조금만 참는다면, 수시로 등장해 위기와 해결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과학적 지식의 인용들은 무척 흥미롭다. 난데없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행성이라는 재미없는 상상력과 비교하면 아주 그럴듯하다(근데 왜 핵무기는 늘 이런 인류사적 위기를 타개하려 준비해놓은 듯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지). 그래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임무택 박사에게 이 영화의 상황 설정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묻고야 말았다. 지구 자기장이 예컨대 외계에서 수시로 날아오는 양자탄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건 맞지만, 자기장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똑 부러지게 밝혀진 바 없다고 한다. 내핵의 회전 때문이라는 가정이 있긴 하지만 증명되지도 않았고 반박도 많다. 과학적 근거를 시시콜콜 따져보기 골치아프다면, 적어도 두 가지 스펙터클은 볼 만한다. 히치콕의 <새>를 연상시키는 새떼의 습격장면과 로마의 콜로세움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하늘의 벼락을 맞아 무너져내리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