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씨네 Review] <올드스쿨>
2003-04-27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 Story

출장에서 일찍 돌아온 미치(루크 윌슨)는 여자친구(줄리엣 루이스)의 그룹섹스를 목격하고 기겁한다. 낙담한 미치는 대학 안에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오랜 친구들인 비니(빈스 본)와 프랭크(윌 파렐)가 그런 미치를 위로하기 위해 광란의 파티를 열어준다. 이를 계기로 삼총사는 남성클럽을 결성한다. 청춘을 되찾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밤마다 모여 광란의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 Review

30대 초반이라면 20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때이건만, 미치·비니·프랭크 삼총사는 너무 조로해버린 게 아닐까. 자기들 같은 ‘루저’(패배자)들을 모아 퇴행성 보이스카우트 같은 올드 스쿨을 만든다. 그들의 파티는 이유없는 반항이라기보다 두서없는 일탈로 흘러간다. 파이트클럽 같은 분위기의 지하실에서 러브젤을 잔뜩 풀어놓고 여자들과 레슬링을 즐긴다. 자기들끼리 대부를 정해놓고 마피아식 혹은 군대식 계율을 적용한다.

한쪽에선 삼총사를 가리켜 ‘루저’라고 손가락질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지긋지긋한 가족과 직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끼워달라고 조른다. 루저라고 비난하는 쪽도 두서없긴 마찬가지다. 삼총사의 현실부적응도 따지고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 어떻게 평생 한 사람하고만 섹스하느냐며 얌전한 아내를 놀라게 하면서 그 아내가 친구들과 함께 받는 오럴섹스 강습에 왜 그리 화들짝 놀라는지. 또 정작 기회가 오면 버벅댄다. “이 침대, 지금 한번 써보고 싶어요.” “음, 저…. 실은 아내가 있는데요. 아내와 헤어지면 연락할게요.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그러니 이 남성들이 오죽 삶의 무게에 지쳤으면 저러나 하고 가여워할 필요는 없다. 별다른 맥락없이 펼쳐지는 패러디와 연애 판타지와 슬랩스틱을 즐길 뿐이다. 눈에서 힘을 빼버리는 순간, <로드 트립>의 토드 필립스 감독이 제작·감독·각본에 관여한 키치적 감성은 너무 가벼워서 유쾌하기도 하다. 프랭크가 마취총에 맞아 수영장 깊이 가라앉을 때 흘러나오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프랭크가 클럽을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하는 체력시험에서 그로테스크한 리듬체조를 출 때 배경으로 깔리는 반젤리스의 <채리엇츠 오브 파이어>, 반라의 두 여성과 레슬링을 벌이기 직전 숨진 노인 회원의 장례식에서 프랭크가 부르는 <더스트 인 더 윈드>는 영화 <졸업>과 <불의 전차> 등을 재밌게 연상시킨다. 일련의 코믹장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프랭크 역의 윌 파렐은 조지 부시의 발음과 약간 사시인 눈을 흉내내며 스타덤에 오른 스탠딩 코미디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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