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영화 <나비>의 주인공, 김정은
2003-04-28

빡빡머리에 환자복 차림으로 차태현에게 구애 공세를 퍼붓는 정신병자(MBC 드라마 「해바라기」), 눈밭에서 시청자들을 향해 "여러분, 부자되세요!"를 외치는 여인(신용카드 CF), 결혼 상대자가 자는 틈에 날계란을 삼킨 뒤 시치미를 떼는 조직폭력배 보스의 딸(영화 <가문의 영광>). 배우 김정은(27)이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얼굴에서 연인을 만나기 위해 철조망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코믹 전문배우로 낙인 찍혀 비극적인 연기는 못해보는 줄 알았어요. 영화를 찍는 동안 엄청나게 행복했지요. 이제 배우로서 여한이 없어요." 30일 개봉 예정인 김현성 감독의 <나비>(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눈물 연기를 펼친 김정은은 다시 생각해도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비>는 80년 삼청교육대를 소재로 젊은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정은은 군부 실력자의 애첩 혜미로 등장해 고향 애인 민재 역의 김민종과 사랑을 불태우다가 파국을 맞는다.

"비극의 주인공은 처음이었지만 줄거리가 워낙 슬퍼 감정을 잡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한번 울기 시작하면 눈물을 그칠 수가 없어 촬영이 지연되기 일쑤였지요. 스태프들이 제 울음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니까요."

김정은은 두 시간 분량의 영화에서 팔색조 같은 모습을 보인다. 순박한 산골 소녀로 시작해 도도한 군 고위간부의 애첩이 됐다가 비련의 여인으로 변신한다. 여기서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익살스런 모습은 빠지지 않는다.

"허대령에게 혁대로 맞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께서 대역을 쓰라고 권하시더라구요. 욕심이 생겨 직접 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정말 아프던데요. 몸으로 채찍 세례를 받아내며 `괜한 오기를 부렸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다 찍고 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정은은 지난달 새로운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그의 네번째 출연작은 <불어라 봄바람>(제작 시네마서비스). <라이터를 켜라>를 히트시킨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천사표' 다방 종업원 역을 맡아 밝고 따뜻한 웃음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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