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상하이의 나비, 날아오르려나
2003-05-06
5월 중국 전국개봉하는 로우예감독의 신작 <자줏빛 나비>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감독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감독 중 하나인 로우예(婁燁)가 10년 동안 간직한 꿈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5월 중 중국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로우예의 신작 <자줏빛 나비>(紫蝴蝶)의 출발은 그가 처녀작 <주말연인>(周末情人)을 찍던 199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주말연인> 촬영 중 틈틈이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한 로우예 감독은 오랜 작업 끝에 두 번째 작품 <수쥬>(蘇州河)의 성공 이후, 비교적 순조롭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자줏빛 나비>는 여러 면에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우선 <수쥬>라는 작은 영화로 동서양의 많은 관객과 평자들에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 로우예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베이징에서 자신의 영화이력을 시작했지만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하이’라는 대도시에 대한 편애를 줄곧 드러냈던 상하이 토박이 로우예 감독의 관심은 이번에도 상하이에 집중되어 있다. 평소 로우예 감독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일도 상하이에서 발생한다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며 상하이라는 역사 깊은 도시를 영감의 원천으로 여겨왔다. 그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지금까지 다루어온 동시대의 풍경이 아닌 20년대 말 30년대 초, 옛 상하이(老上海)의 모습이다. 사실 로우예 같은 젊은 감독이 그 시절 상하이를 화면으로 재현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로우예 감독은 오랜 준비기간 동안 수많은 자료 조사를 통해 결국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감독의 말을 빌려 영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 여자와 세 남자간의 ‘애매’한 관계가 이야기의 주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그는 이번 영화를 전쟁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나, 복잡한 관계의 애정 이야기로 규정하는 섣부른 판단을 거부하고 있다. 네명의 젊은 남녀들이 혼란스런 시대적 상황을 각기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가, 감독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 앞에 놓여진 수많은 문제들을 매듭짓는 결말에 대한 감독 자신의 견해는 <수쥬>에서도 그렇듯이 낙관적이지 않다. <수쥬>에서 흐르던 신비롭고 암울한 분위기가 <자줏빛 나비>를 관통하고 있을 법하다.

항일 지하조직인 ‘자줏빛 나비’의 핵심 조직원으로 활약하는 여자주인공 역은 <와호장룡> <영웅>의 장쯔이가 맡고 있고, 그의 옛 연인이자 그녀에게 총을 겨누게 될지도 모르는 비극적 운명의 일본 조직원 역은 우리에게는 로 알려진 나카무라 도루가 맡고 있다.

요즘 사스로 골치를 앓고 있는 중국 언론 매체는 <자줏빛 나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23일 발표된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 중 <자줏빛 나비>가 화어권 영화로는 유일하게 후보작으로 선정된 사실 때문이다. 이 소식은 현재 중국 영화인들에게 적잖은 희망이 되고 있다. 이번 <자줏빛 나비>가 요즘 이렇다 할 문제작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침체돼 있는 중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본다.베이징=이홍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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