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조폭 마누라2> 신은경
2003-05-10

8일 밤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산시 중구 중앙동 부산경남지역본부세관 옥상. <조폭 마누라2: 돌아온 전설>(제작 현진씨네마)의 도입부인 조직폭력배간의 격투가 펼쳐질 현장이다. 200명의 사내들이 검은 양복 차림으로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고 은진파의 보스 차은진 역을 맡은 신은경(30)도 전편 마지막 장면에서 선보인 모습 그대로 한손에 가위를 움켜쥔 채 검은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서 있다.

지난달 22일 촬영 도중 부상을 입은 왼쪽 눈이 아직 완쾌되지 않았지만 촬영 스케줄을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제작진에 합류한 것이다. "명색이 `조폭 보스'인데 부상 때문에 쉬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주변에서 말리는 데도 제가 빨리 촬영에 들어가자고 재촉했어요. 주현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웅담 가루를 눈에 발랐더니 이틀 만에 감쪽같이 피멍이 빠져 웬만한 장면은 찍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러나 1.5를 자랑하던 한쪽 눈의 시력이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렌즈 굴절률 -5.25 디옵터)으로 떨어져 거리 감각을 되찾지 못했다. 밀려나온 수정체가 제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의사의 설명. 이날도 치고받는 장면을 찍기에는 위험해 대역을 주로 사용했다.

그는 배우 생명이 왔다갔다할 만큼 위험한 순간을 겪었지만 소중한 것을 배웠다. 걱정해주는 사람도 많았고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넘쳤다. 대전의 한 팬은 산삼을 보내는가 하면 어떤 팬은 안구를 기증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스태프들도 큰 패널에 쾌유를 비는 메시지를 빼곡히 적어 신은경을 감동시켰다.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 정말 몰랐어요. 스태프들의 메시지를 받고 많이 울었는데 눈물을 흘리면 안압이 높아져 안 좋다고 말리더라구요. 좋은 연기로 보답하는 수밖에 없지요. 이것으로 액땜했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제가 워낙 눈이 좋아서 그렇지 시력이 나쁜 분도 많이 계시잖아요."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조폭 마누라2>는 차은진이 경쟁관계에 있는 폭력조직과 격투를 벌이다가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뒤 트럭 운전수에게 구출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채 지방 소도시에서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살아가던 은진은 우연히 은행강도를 붙잡아 얼굴이 알려지고 폭력조직이 다시 접근해온다.

추석 연휴 전 주의 금요일인 9월 5일로 일찌감치 개봉일을 잡아놓았으며 지난 3월 29일 크랭크인해 3분의 1 가까이 촬영을 마쳤다.

"조폭 역할을 연거푸 맡아 이미지가 고정될까봐 걱정해주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한가지 이미지라도 제대로 관객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면 행복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고유의 캐릭터를 갖지 못하고 사장되는 배우도 얼마나 많은데요. 흥행에 대한 걱정도 별로 안해요. 전편의 후광을 감안하면 못해도 절반은 들 테고, 전국 270만명이면 성공한 영화 아닌가요?"

<이것이 법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블루>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부담이 적지 않을 법한데 신은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씩씩하기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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