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와일드 카드>의 양동근
2003-05-12

16일 개봉 예정인 <와일드 카드>(제작 씨앤필름ㆍ유진E&C)의 주인공 양동근(梁東根ㆍ24)은 충무로에서나 여의도에서 독특한 존재로 꼽힌다. 87년 특집 드라마 「탑리」로 데뷔해 연기 경력만 따지면 `중견 배우' 대열에 들어섰지만 힙합 가수로도 활동하며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래 배우들이 지니지 못한 탄탄한 기본기와 노련함, 중견 배우가 흉내낼 수 없는 파격과 패기를 함께 갖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을 취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헐렁한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연합뉴스에 나타난 것도 놀랄 일이었던데다가 만사가 귀찮다는 듯 단답형으로 끝내는 말투는 묻는 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여러 언론사를 돌아다니며 인터뷰하려니 힘들죠?"

"지겨워 죽겠어요."

"시사회 반응이 좋던데 어떤 대목이 마음에 드나요?"

"다요."

"아쉬운 부분은 없나요?"

"지나간 건 생각 안나요."

"극중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힘쓴 점은?"

"시나리오대로 했어요."

김유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와일드 카드>는 4인조 `퍽치기' 일당을 뒤쫓는 경찰서 강력반 형사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로 생생한 캐릭터와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이 영화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기대를 모을 수 있었던 데는 방제수 역을 맡은 양동근의 공로가 적지 않았다. 방제수는 단신으로 4인조 소매치기 일당을 뒤쫓는 무모함과 비겁한 선배 형사에게 주먹을 날리는 당돌함을 지녔지만 자상한 말투로 용의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부드러움도 갖춘 강력반 신참 형사. 양동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중인격적인 스타일을 십분 발휘해 공감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딱 한번 만나봤어요. 직업으로 삼으려면 못할 일 같아요. 정진영(오영달 형사 역) 아저씨와 호흡은 잘 맞았어요. 일할 때 말고 특별히 친하지는 않았구요. 한채영(강나나 경위 역)씨와의 키스 신이요? 좋았어요. 어떤 점이 좋았냐구요?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연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뱃속에 능구렁이라도 들어 있는 걸까. 연기하지 않는 듯 연기하는 게 양동근의 등록상표다.

김유진 감독은 조감독 중 한명이 양동근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못생겼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보던 김감독은 "고놈 참 연기 잘하네"라고 읊조리며 조감독들에게 "저 배우를 지금까지 왜 추천하지 않았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 다음 김감독이 스태프들에게 얼마나 민망한 표정을 지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양동근은 당분간 드라마나 영화 출연 계획이 없다. 시나리오는 많이 들어와 있지만 아직 고르지 못했다. 연기는 평생 할 생각이어서 조급한 마음도 없다. 취미는 혼자 게임을 즐기는 것과 가끔 음악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농구를 하는 것.

"연예인들은 다 거짓말쟁이 같아 어울리기 싫어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봐도 그렇겠죠? 그렇다고 특별한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에요." 또래 친구들처럼 미팅을 하고 MT도 가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내가 나를 봐도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여자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청순한 글래머'가 이상형이라면서 선배 배우 김혜수를 예로 든다.

인터뷰 내내 기자를 힘들게 만들던 양동근은 마지막에 사진기자에게도 `한방' 먹였다.

"사진 찍게 포즈 좀 취해 줄래요?"

"이야기하는 동안 많이 찍으셨잖아요."

"그래도…"

"그럼 이 모습(증명사진 찍듯 뻣뻣한 포즈를 취하며) 그대로 찍어주세요."

"그러지 말고, 영화 포스터 사진은 멋있던데."

"그럼 그 사진 쓰세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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