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범용한 로맨틱코미디,<발리우드 할리우드>
2003-05-13
글 : 홍성남 (평론가)
■ Story

토론토에 살고 있는 부유한 인도인 가족의 장남인 라훌(라훌 칸나)은 착한 인도인 신붓감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여동생의 결혼식도 미뤄질 거라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라훌은 클럽에서 수(리사 레이)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고 그녀에게 약혼녀 행세를 해달라며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 Review

과감하게도 지금 이 세상에서 그 위용이 가장 대단하다는 두 ‘영화제국’의 이름을 제목에 갖다붙인 <발리우드 할리우드>란 이 영화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가질 법한 인상이라면 아마도 이런 것일 게다. ‘영화의 정형이란 걸 마련해준 할리우드식 영화와 할리우드의 기준으로 보자면 전혀 영화적이지 않다고 하는 발리우드식 영화의 만남을 보여주려는 영화인가? 그렇다면 그것 꽤 흥미롭겠는걸.’ 우선 결과를 따지지 않고 이야기한다면, <발리우드 할리우드>는 그 의도하는 바에서 우리의 이런 짐작에 부합하는 영화이고 그런 만큼 독특한 향취를 풍길 수도 있는 영화다.

<발리우드 할리우드>의 중심부에 놓여 있는 이야기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두 인도인 청춘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것이다. 두 주인공 라훌과 수는 이민자 가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각자 부모 세대와 꽤 높은 문화적, 세대적 장벽을 실감하고 있고 또 그 둘 사이에는 계급의 차이가 로맨스의 방어물로 떡 버티고 서 있다. 이쯤 이야기하면 <슈팅 라이크 베컴>이 자연스레 연상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장벽’의 문제들을 다소 맵시있게 소화해냈던 그 영화에 비한다면 <발리우드 할리우드>가 유사한 갈등들을 로맨스의 진전 속에서 다루는 솜씨는 안이하고 진부하고 어설픈 편이다.

이 범용한 로맨틱코미디를 구원해보려는 듯한 몸짓으로 영화는 춤과 노래라는 인도영화의 전형적인 유인책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리우드 할리우드>는 흥겨운 <춤추는 무뚜>가 아니다. 인도의 관객은 상투적인 이야기에는 관대하지만 창의적이지 않은 춤과 노래 장면은 심드렁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에너지랄 게 빠져 있는 <발리우드 할리우드>의 뮤지컬식 장면들은 인도 관객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관객의 눈과 귀도 만족시키기 힘들 정도로 심심하다.

감독인 디파 메타는 <화이어>(1996)와 <대지>(1998) 같은 영화들에서 현대 인도사회의 모습들을 그려내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그녀로서 <발리우드 할리우드>는 일종의 가벼운 일탈의 행보 같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발리우드와 할리우드 사이에서 주춤하는 듯한 그 행보는 만족스럽지 못한 시도가 되고 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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