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제7회 인권영화제] 돈 벌러 왔다고 사람이 아닌 건 아니오
2003-05-2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초점 맞춰, 개막작은 비전향 장기수 소재 <선택>

인권운동사랑방이 주최하는 제7회 인권영화제가 5월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아트큐브에서 동시에 열린다. 13편의 국내 작품과 해외 작품 20편을 포함해 총 33편의 영화가 상영작으로 올라 있다.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를 주인공으로 한 홍기선 감독의 극영화 <선택>이 올해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한국 거주 이주노동자 꼬빌과 전북평화인권연대 활동가 김영옥씨가 개막식 사회를 맡는다. 인권영화제의 올해 주제는 ‘이주노동자’이다. 인권영화제쪽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여파로 곪아가고 있는 국내외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상황에 올해 영화제의 초점을 맞췄다. 상영작들은 ‘이주노동자의 인권’, ‘미국의 전쟁범죄’, ‘해외 일반 상영작’, ‘한국영화’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상영된다.

‘이주노동자의 인권’ 부문에는 국내외 포함해 총 7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미국 남미인들의 이주 역사를 그린 <도시>, 멕시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고발하는 <국경을 노래하다>, 네덜란드 의료시설에서 일하는 남아프리카 간호사들의 고난을 담은 <모험>, 국내 작품으로는 산업연수생 제도 철폐의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는 이주노동자다> 등이 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다>는 올해의 인권영화상 후보작이기도 하다.

영화제가 피력한 지난해 주제 ‘전쟁과 인권’은 올해 ‘미국의 전쟁범죄’ 부문에서 다시 한번 구체화된다. 미국의 양심 노엄 촘스키 교수의 ‘미국 대테러전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파워 앤 테러>, 아프간 전쟁 종식 이후 벌어진 탈레반 병사들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아프간 대학살>, 왜곡된 아랍인 이미지에 관해 비판하는 <내 딸 없이> 등 5편이 상영된다. <내 딸 없이>는 이미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받은 바 있다.

총 9편이 상영되는 ‘해외 일반 상영작’ 부문에서는 <칠레전투>의 감독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피노체트 재판>이 단연 눈길을 끈다. 파트리시오 구즈만은 피노체트 정권 당시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육성증언을 좇아가는 한편, 피노체트를 둘러싼 국제재판 과정을 밀도있게 추적해낸다. 이 부문에는 피노체트 시대에 관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 <피노체트의 아이들>도 상영한다. 이 밖에도 브라질 시네마노보 운동세대의 불운하면서도 집요한 개인적 기록을 담고 있는 , 체첸 그로즈니 어린이 무용단의 고행과 성공을 담고 있는 <단스, 그로즈니 단스>가 흥미롭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다>

<경계도시>

<거북이 시스터즈>

‘한국영화’ 부문에서는 2002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의 국내 인권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익히 알려진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 최진성 감독의 <그들만의 월드컵>을 포함해 장애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북이 시스터즈>, 동아엔지니어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고 있는 <노동자, 아름다운 사람들> 등이 상영된다. 극영화 <여기가 끝이다>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탈북자의 현실을 묘사한다.

영화제쪽은 본 상영 이외의 부대행사로 ‘이주노동자의 날’ 선정 및 ‘잔치’, 영화제 행사 동안의 ‘어린이가 그린 반전, 평화의 그림 전시회’, ‘일하는 사람들의 록그룹 햇빛세상의 개막식 공연’ 등을 계획 중이다.(문의: www.sarangbang.or.kr/hrfilm, 02-74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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