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팬들이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계셔서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현지 팬클럽에 연락도 안하고 입국했는데 회원들이 마중을 나오셨더라구요.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도 뜨거웠구요." <이중간첩>(제작 쿠앤필름ㆍ힘픽쳐스)의 개봉을 앞두고 일본 도쿄를 방문한 주연배우 한석규(39)는 29일 현지 기자들을 만난 뒤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80년대 남한으로 위장귀순한 북한 공작원의 이야기를 담은 <이중간첩>은 6월 7일 <이중스파이>란 제목으로 일본 전역의 212개 스크린에 간판을 내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매트릭스2:리로디드>와 같은 날 맞붙는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쉬리>의 일본 내 빅히트로 한석규의 인기가 높은 데다가 북한에 대한 관심과 한국 붐이 높아지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 기자들과 만날 때도 늘 어려워요. 더구나 외국 기자들을 대할 때면 한국 배우에 대한 인상을 뇌리에 심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더욱 조심스럽지요."
3년여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중간첩>의 국내 흥행기록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해 '흥행 보증수표'라는 한석규의 이름값도 이제는 퇴색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그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요. 저도 조금 아쉬웠던 게 사실이구요. 그런데 주위 분들이 '언젠가는 겪어야 될 일'이라며 충고해주시더라구요. 어차피 평생 배우를 할 작정인데 일희일비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 연기가 발전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한석규의 일본내 인기는 대단하다. <쉬리>의 주제가 'When I Dream'에서 딴 팬클럽 'When We Dream'이 300여명으로 조직돼 있고 일본의 인기배우 겸 가수 초난강도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그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의 '국민배우'로 꼽히는 다카카라 겐도 한석규의 연기를 칭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일본 매체와의 기자회견에서 한석규가 "다카쿠라 겐을 존경한다"고 말하자 <이중간첩>을 일본에 수입한 가가커뮤니케이션즈가 이번 방문길에 두 배우의 만남을 주선했으나 다카쿠라 겐의 지방 촬영으로 무산됐다. 다카쿠라 겐은 "<이중간첩> 시사회를 보고 감동받았으며 다음에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편지로 전해왔다.
한석규는 <이중간첩> 이전에 3년 동안 공백기간을 가졌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29일 기자회견에서도 "다카쿠라 겐 선생님도 7년이나 휴식기를 가졌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백기간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제 뒷바라지를 해오신 형님(한선규)의 회사 힘픽쳐스가 2년 동안 독자 제작을 준비해왔는데 올해 안으로 크랭크인에 들어갈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주연으로 나서야지요.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고 감독은 신인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