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일본] 여고생은 웃고, 닌자는 울고
2003-06-02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엇갈린 희비곡선

최근 일본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5월28일 현재 상영 중인 작품 중에도 <아주미> <보쿤치-내가 사는 곳> <블루> 등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베스트셀러인 만화를 영화화할 경우, 기존에 있는 원작의 팬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출판사와 공동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이 반드시 흥행 성공으로 이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

일례로, 전국시대를 무대로 소녀 자객의 활약을 그린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아주미>는 개봉 전, 주인공을 맡은 우에토 아야가 20여개 잡지들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공격적인 홍보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단관 공개이지만 3월29일부터 장기상영을 계속하고 있는 작품이 안도 다카시감독의 <블루>다. 감독은 “영화는 영화로서 성립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하면서 만들었다”고 극장 판매용 팸플릿에서 밝혔듯이, 원작에 있는 캐릭터와 설정을 이용하면서도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었다.

<블루>는 여고생끼리의 연애를 그린 나난 기리코의 동명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인 기리시마 가야코와 2학년 때 정학을 당했다는 이유로 반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엔도 마사미. 혼자인 것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는 엔도에게 호의를 가진 기리시마가 말을 건 것을 시작로 두 사람은 친해진다. 그리고 기리시마는 엔도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백한다.

원작 만화가 그녀들을 가까운 위치에서 그린 것에 반해, 안도 감독은 멀리서 긴 컷으로 두 사람을 계속 응시한다. 그 강한 시선에 호응하듯 기리시마를 연기하는 이치카와 미카코와 고니시 마나미는 미묘하게 변화하는 두 사람 사이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배우들의 호연과 캐릭터의 관계에 중점을 둔 각본 덕분에 <블루>는 청춘영화면서, 또한 동시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따라 느끼는 행복과 아픔이라는 보편정서를 그린 영화가 되었다.

이 작품으로 제24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이치카와는 2002년의 <토라바이유>에서도 일본의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여배우 중 하나로, 대사나 큰 동작 없이도 시선이나 존재만으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배우다. 또 고니시 마나미도 2002년 <아미타당에서의 소식>등의 호연으로 <키네마순보> 신인여우상을 수상했고, 영화뿐 아니라 TV드라마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만화를 영화라는 완전히 다른 표현방식으로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작품이 많은 가운데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새로운 <블루>를 만들어낸 안도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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