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Review] 런투유
2003-06-03
글 : 이영진
■ Story

재일동포 3세인 히로시(다카하시 가즈야)와 쯔요시(야마시타 테쓰오)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다. 이들은 어느 날 고베의 한 클럽에서 벌어진 싸움에 휘말린다. 야쿠자 조직 패거리가 히로시를 폭행하자, 쯔요시는 이들을 뒤쫓아 총으로 쏘아죽인다. 이 와중에 마약밀매에 쓰일 거액의 돈을 수중에 넣게 된 쯔요시는 히로시와 함께 야쿠자 조직의 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도주한다. 그로부터 2년 뒤. 불법체류자임이 드러나 일본에서 쫓겨났던 경아(채정안)는 어느 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히로시를 만나게 되고 이내 연정을 느낀다.

■ Review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처음과 끝만 놓고 보면, <런투유>는 비극을 향해 내달리는 전형적인 청춘영화다. ‘조센징’이라는 모욕과 비난을 견디다 못해 살인을 저지르고 한국으로 숨어들어온 두 일본 청년과 ‘불법체류자’라는 낙인 때문에 일본에서 출국조치당하지만 신데렐라가 되겠다는 꿈만은 잃지 않은 한 여자가 주요 인물.

카메라는 이들이 벌이는 삼각 달리기의 행로를 뒤쫓는다. 그러나 현해탄을 건너면서 그만 바통을 놓쳐버린 것일까. 중반을 넘어서면 출구없는 비상구를 선택하게 만들었던 ‘재일한국인’이라는 설정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대신 멜로영화의 애증구도가 전면에 부각되어 보여진다. 세 사람을 둘러싸고 이성애와 동성애가 얽힌 5각 애정전선이 펼쳐지는 것. 영화는 히로시에게 연민과 동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만 재력을 지닌 사업가인 동거남의 유혹을 뿌리치지도 못하는 경아의 심리를 일방적인 독백으로 처리하고, 돌발적인 것처럼 보이는 히로시에 대한 쯔요시의 애정을 잇따르는 플래시백으로 서둘러 보충하느라 바쁘다.

빈틈 많은 만듦새 또한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걸림돌. 제각기 따로 노는 영상과 사운드의 ‘궁합’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야쿠자 조직에 의해 고용된 킬러가 쯔요시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은 숏의 배열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케 할 정도다. 비장한 음악이 깔리는 것으로 추정하건대 보스의 딸로 쯔요시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마사꼬가 달려들어 쯔요시 대신 총을 맞게 되는 것이 원래 설정. 하지만 영화 속에서 킬러는 아무 동요없이 마사꼬의 등을 조준한다. 그리고선 마사꼬가 총을 맞자 펄쩍펄쩍 뛴다. 터져나오는 실소를 어찌할 수 없는 장면이다. <리허설> <물위의 하룻밤> 등을 연출한 강정수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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