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영화가 하고 싶죠. 원래부터 내 꿈이 영화배우였는데.” 연기경력 10년차, 데뷔작으로 출연한 드라마 <사랑의 인사>에서 액션을 가미한 춤을 보여줬다가 처음부터 ‘코믹한 인상’으로 낙인찍힌 권오중. 생각해보니 성룡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어디선가 그가 말한 적이 있는 것도 같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테러범의 사투를 그린 영화 <튜브>에서 그가 연기한 ‘면도날’은 그러나 이 액션 활극 마당 바깥에 있다. 지하철 승객을 밥줄 삼는 소매치기범으로 바싹 밀어버린 머리와 화려한 옷차림에 입에서는 욕을 질질 흘리고 사는 생양아치며, 쉴새없이 떠벌대고 껄렁하게 이죽거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멍청히 당하거나 비굴하게 내빼는 놈이다. 그러니까, 혼자서도 야단법석이라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코믹 캐릭터. 우리가 알고 있던 연기자 권오중이 ‘면도날’과 그럴듯하게 밀착해 있는 모습은 게다가 더욱 인상적이다.
“사실 저는 개인기가 별로 없어서 대본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질 못해요. 그러니까 힘들고 부담이 많이 됐죠. 감독님은 ‘너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봐’ 하고 저한테 새로운 표현을 요구하시는데 매번 그렇게 다르게 가는 게 어디 쉬운가요. 제가 원래 그런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꽤 리얼했던 생양아치 연기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어떤 칭찬을 했건 정작 권오중 본인에게 남는 기억은 “촬영 전날만 되면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잘 정도”로 긴장했던 순간들이다. 그래도 ‘면도날’에 관한 구체적인 설정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껌을 계속 질겅댄다든지, 욕으로써 모든 걸 해결한다든지. 감독과 조감독이 번갈아가며 그의 출연을 설득하는 동안 그는 이 영화가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는 걸 알았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기 캐릭터를 열심히 고민했다.
어딜 가서든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하지만 권오중은 <순풍 산부인과>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로 이어진 시트콤에서의 4년 연기가 자신에게 가져다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기는 연기는 잘할 수 있어요. 제가 해오던 거니까요.” 그리고 자기 안에 있는 걸 활용한다. “슬픈 연기도요. 제가 감수성이 풍부하거든요. 그리고 밑바닥 인생. 어릴 때 경험한 것도 있고. 못하는 연기는 하이클라스 사람들 삶이죠. 그런 삶에서 얻어진 마인드가 저한텐 없으니까요.”
권오중은 아직도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성룡 같은, 멋지고 재미있는 액션영화배우가 되는 것. 어디에선가 그렇게 말했고 이 자리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시작이 그렇게 된 뒤로 어쩌다보니 계속 코미디만, 그것도 TV에서 주로 활동해왔지만” 연기생활 10년 동안 그 꿈을 단 한쪽 귀퉁이도 접은 적이 없다. 수다스럽고 소심하고 여린 ‘오중이’의 천연덕스러운 생양아치 ‘면도날’연기, 이것도 실은 놀랄 건수가 아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