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역전될 수 있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엇갈린 두 인생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 <역전에 산다>에서 김승우(34)와 하지원(23)은 1인 2역으로 출연한다. 두 가지 다른 세계에 사는 같은 인물들이니 정확히 말하면 같은 사람의 다른 두 모습을 보여주는 셈. 어리숙한 증권회사 영업사원인 김승우(극중 승완)는 '시간의 터널'을 통해 건너간 다른 세상에서 성공한 골프스타로 인생을 살고 있다. 그곳에서 하지원(지영)은 이 바람둥이 골프스타의 상처받은 아내. '역전'되기 전의 원래 세상에서 그의 직업은 방송기자다.
"제 경우는 망가지는 게 더 쉬운 것 같아요. 그냥 있는 대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화려하게 사는 모습이 어려워요. " (김승우)
영화의 결말은 '역전'되기 전으로 돌아온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사랑이 싹트는 것. 김승우가 두 인생 중 한심해 보이는 증권회사 직원을 택한 것처럼 하지원도 기자 역할에 애착을 보였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저도 기자역이 편했어요. 말괄량이면서 털털한 성격이 저랑 맞는 것 같아요. 다음 영화에서는 여기자 역을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하지원)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춰 본 것은 영화나 드라마 통틀어 <역전에 산다>가 처음이다. 1990년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뒤 올해로 13년째인 김승우에 비하면 99년 <진실게임>으로 처음 충무로에 얼굴을 내민 하지원은 까마득한 후배. "처음에는 저도 그냥 한참 선배로만 보였어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그런데 같이 일해보니 저보다 더 어려보일 정도로 애교가 많으시더라고요. 왜, 우울할 때 보면 괜히 즐거워지게 하는 사람 있잖아요." 김승우가 보는 하지원은 "왠지 강해 보이던 인상과 달리 실제로는 착하고 여린 후배"라고.
이 영화로 데뷔하는 박용운 감독이 김승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릴렉스(relaxed)한 코미디 연기가 가능한 몇 안되는 연기자"라는 것 때문이다. 그가 맡은 '승완'은 세계 최정상급의 골프 선수다. 영화 장면으로만 볼 때 그의 골프 실력은 꽤나 수준급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승우는 안성기, 박중훈 등과 함께 연예인 골프동호회 '싱글벙글'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요? 폼만 프로예요. 스코어를 기록 안 하면 꽤 잘 쳐 보이죠. 아마 폼 때문에 캐스팅됐을걸요?"
한편, 하지원이 지영역에 선택된 이유에 대해 박감독은 "긴장이 풀렸을 때 귀여운 모습이 (감독이) 개인적으로 좋아할 만한 스타일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위>, <폰>, <색즉시공> 등으로 굳어진 흥행배우 이미지도 '선택'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색즉시공> 이전에 주로 공포 영화의 '호러퀸'으로 불렸던 하지원은 이번 영화에서는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눈으로 하는 공포영화의 연기에 견주어 일상적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데뷔 후 처음 결혼한 여자역을 맡아서 여태껏 남편이나 결혼 혹은 가정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승완에게 이혼하자고 말하는 장면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웰메이드 필름과 에이원 시네마가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 <역전에 산다>는 1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