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에선 소피아 로렌의 1977년작 <특별한 날>(UNA GIORNATA PARTICOLARE)이 복원 상영되고 있다. 소피아 로렌은 복원판 시사회 행사에 참석,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안에서는 한번도 약하고 피해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스콜라 감독을 위해서 처음으로 순종적이고 지배받는 역을 수락했다.” 세계적으로 어필한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소피아 로렌이 연약한 여인을 연기한 작품은 전무후무하다. <특별한 날>은 따라서, 소피아 로렌에게 매우 특별한 작품이었던 것.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에서 상당한 금액의 누드 촬영을 제의받았을 정도로 여전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소피아 로렌은 오랜만에 감독 에토레 스콜라와 재회하고, 그들의 특별한 영화인 <특별한 날>의 복원 상영을 축하했다. “영화 <특별한 하루>의 촬영을 위해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와 함께했던 그 시간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을 것”이라고 운을 띄운 소피아 로렌은 영화 <특별한 하루>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내게 매우 특별한 순간에 이 영화의 출연을 제의받았다. 당시 내게 주어지는 역할들은 비토리오 데 시카의 영화에서처럼 공격적이고 강한 여성이 대부분이었는데, 그와는 정반대 역할을 하게 해준 스콜라 감독에게 감사드린다. 그는 여자인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근접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영화로 표현하여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 영화는 특히 내 가족들이 뽑은 나의 최고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스콜라 감독의 1977년작 <특별한 날>은 로마에 파시즘이 창궐하던 1938년 5월6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그렸다. 가족의 뒷바라지에 지친 안토니에따는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해고당한 성우 가브리엘레를 우연히 만나지만, 거만한데다 자신이 게이라고 고백하는 그를 불신한다. 각자 사회와 가족에게 시달리고 소외당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를 감싸주게 된다. 그러나 둘의 특별한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 안토니에따는 다시 남편의 노예로 돌아가고, 가브리엘레는 체포된다. 이탈리아 거장 스콜라 감독의 인지도를 높여주었으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작으로도 꼽히는 작품.
스콜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파시즘의 사고를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여자와 게이가 얼마나 소외받고 고립됐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사상이나 사고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데, 완전한 평등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별한 날>의 복원은 필리 모리스가 추진하는 이탈리아 고전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성사됐으며 6월10일 일반 관객에게 공개됐다.
이 행사에는 로마 시장 벨트로니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필리 모리스의 향후 복원 예정작으로는 이탈리아 최고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데뷔작 <사랑의 연대기>(CRONACA DI UN AMORE)가 선정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