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말해지지 않는 부분`과 `말해야 하는 부분`,<언세드>
2003-06-17
글 : 박혜명
■ Story

심리치료사 마이클 헌터(앤디 가르시아)는 아들이 자살한 뒤 아내와 이혼하고 충격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지낸다. 환자 치료도 그만둔 채 강의와 저술 활동만 해오던 그는, 3년 뒤 제자로부터 토미 카페이(빈센트 카세이저)라는 환자를 소개받는다. 토미는 어릴 때 아버지가 엄마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충격에 시달리는 17살 소년. 내성적이면서도 의외로 살가운 그에게서 마이클은 죽은 아들을 떠올리고 그가 숨기는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 Review

앤디 가르시아. <언터처블> <블랙 레인> <유혹은 밤그림자처럼> 혹은 <대부3>의 그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이 배우의 르네상스를 끈질기게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최근 5년 동안 너무 사소한 배역으로, 혹은 너무 허접한 영화에 출연해왔다 해도. 심리치료사와 환자의 심리적 대결을 그린 사이코스릴러 <언세드>는 앤디 가르시아의 영화다. 그가 제작을 맡았고 주인공인 심리치료사 마이클로 등장한다. 그리고 아직 우리는 더 기다려야 한다. 그는 아직 슬럼프다.

심리치료사 마이클은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말해지지 않는다(‘언세드’), 즉 ‘말해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이 스릴러영화가 꽤 까다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암시와도 같다. 심리치료사는 환자가 숨긴 진실을 알 필요가 있지만 환자로선 그 진실을 되새기고 싶지 않으니 말하길 거부하는 것이다.

리처드 기어와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했던 <프라이멀 피어>의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는 이 과정은, 결국 알고 싶은 사람과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의 승강이가 계속되면서 더디게 진전된다. 그런데 너무 더디다. <언세드>는 가족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마이클은 조각난 가족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친다. 새 애인이 생긴 아내에게 외면받고, 마음을 닫은 딸이 대화를 꺼린다. 이쪽 상황도 만만치 않게 갑갑하지만 과장된 음악을 덧입은 채 스릴러적인 구도와 긴밀히 엮이지 않아서 겉도는 느낌을 준다.

이처럼 스릴러에 가족드라마를 얹은 <언세드>는 숨쉬기 가쁜 긴박감이나 깊이 공감할 가족애를 전달하기에 역부족이다. 빗질도 안 한 머리와 덥수룩한 턱수염으로 3년간 칩거한 ‘폐인’의 모습을 보여준 앤디 가르시아는 여전히 멋지지만 쓸쓸해 보인다. 마이클이 토미의 과거를 밝혀낸 것과 달리 영화는 배우의 ‘과거’를 찾아주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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