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카메론 디아즈, 드루 배리모어, 루시 리우, 도쿄에서 만나다
2003-06-18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우리, 겉으론 무척 다정해보이죠? 실은‥

애초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로 예정돼 있던 인터뷰가 한없이 늦어진 까닭은 “배우들이 말이 너무 많아서”였다. 카메론 디아즈와 드루 배리모어, 루시 리우는 한자리에 모여 앉아 엄청난 수다를 쏟아냈고, 틈틈이 메이크업과 의상도 다시 손보는 중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들은 점심도 오래 먹었다. 디아즈가 치즈버거를 두개나 해치우기를 기다린 뒤에야 간신히 얼굴을 보인 세 미녀. 형광 꽃분홍색 아이섀도가 성큼 눈에 들어온 배리모어를 가운데 두고, 어느 한 군데 흐트러짐 없이 야무진 리우와 서글서글하게 손을 내밀며 놀랄 만큼 긴 다리를 포개는 디아즈가 양쪽에 자리를 잡았다.

겉으로는 매우 다정해 보였다. 그러나 다른 두 배우가, 동양계인 탓에 유독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리우를 불편해하는 듯하다는 소문도 있었다. 질문과 대답 사이사이 미약한 긴장이 감지될 때면 그 소문이 영 근거없는 것만은 아닌 듯도 싶었다. 영화 속에선 혈맹관계라고 해도 좋았겠지만, 아시아 지역 홍보를 위해 일본을 찾은 세 배우는 각자의 영역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주연배우 세명이 다투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지만, 처음 캐스팅 그대로 속편을 내놓은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는 배우들을 인터뷰할 때까지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다시 감독으로 돌아온 McG가 직접 편집했다는 30분가량의 필름이 공개된 전부. 그러나 미녀들이 맡은 새로운 임무와 좀더 강해진 액션을 확인하기엔 그리 부족하지 않았다. 백만장자 찰리는 여전히 그의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는 내털리와 딜런, 알렉스에게 FBI 증인보호 프로파일을 훔친 악당을 잡아야 한다는 명령을 내린다. 이미 살해된 증인이 있고, 미녀들은 남아 있는 증인들을 보호해야 한다. 임무 수행 중인 미녀들 앞에 그들보다 앞세대에 찰리와 함께 활동했던 전설적인 ‘천사’ 매디슨이 나타난다. 그녀는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악한 기질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굴곡 심한 코스를 질주하는 모터크로스와 추락하는 헬기 속으로 한명씩 뛰어들어 비상하는 탈출장면처럼 고난도의 액션을 추가했다. 몽골까지 진출해 해결한 첫 번째 인질 구출 사건은 속편의 스펙터클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 그러나 <미녀 삼총사>는 흔한 액션보단 미녀들의 성적인 매력과 여유, 유머가 더욱 사랑스러운 영화였고, 속편 역시 그 장점을 잃지 않는다. 이삿짐을 나르다 말고 다함께 춤을 추는 세 미녀는 변함없이 귀엽고 섹시하다. 찰리와 미녀들을 연결하는 보슬리 역의 빌 머레이는 리우와 사이가 좋지 않아 속편을 거절했지만, 코미디언 버니 맥이 거창한 임무에 흥분하는 보슬리의 배다른 동생으로 영입돼 빈자리를 메웠다. 카메오 출연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매디슨을 연기한 데미 무어의 전남편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자마자 살해당하는 고위 관료로 잠깐 스쳐가고, 주제가를 부른 가수 핑크, <터미네이터2>의 사이보그 로버트 패트릭, TV시리즈 <미녀 삼총사>의 리더였던 재클린 스미스 등이 영화를 풍성하게 보강한다.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는 6월27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미녀 삼총사>처럼 인기있었던 TV시리즈를 영화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드루, 당신은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고 판권도 가지고 있다. 판권을 산 이유는 무엇인가. TV시리즈를 영화로 옮기면서 신경쓴 점이 있다면.

드루 배리모어: 나는 <미녀 삼총사> TV시리즈를 매우 좋아했다. 여자들이 멋진 직업과 가족을 가지고 자유롭게 일을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TV시리즈의 정수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고,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처럼 전설적인 시리즈의 제목과 캐릭터를 이어받는 것이 좋았다. TV시리즈는 오래 전에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을 더한 것도 있다. 에이전시는 계속 일을 하지만, 미녀들은 멤버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 같은. 그러나 서로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연대해서 한계를 극복하는 건 멋있는 일 아닌가. 액션과 코미디가 있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미녀들의 캐릭터는 제각기 개성이 강하다. 실제 모습과 영화 속 캐릭터가 얼마나 닮았는지.

카메론 디아즈: 내털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그녀는 자신의 일과 가족, 춤추는 걸 좋아하고, 나도 마찬가지다. 나와 내털리는 모두 폭주를 즐기기도 한다. (웃음)

루시 리우: 많은 면에서 알렉스는 나보다 용감하다. 그녀가 하는 일, 보트에서 점프해 뛰어내린다거나 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고, 속편으로 접어들면서는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도 좀더 분명하게 이해한다. 나는 알렉스를 연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심각하고 진지해 보이지만, 이상한 옷과 가발을 쓰기도 하고. (웃음)

드루 배리모어: 2편에서 가족과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 더해지기 때문에 캐릭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와 딜런은 비슷한 점이 많다. 로큰롤을 좋아하고, 커리어와 사랑에서 모두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녀가 나보다 훨씬 쿨하긴 하지만, 배우는 원하는 누구나가 돼볼 수 있는 직업 아닌가.

-<미녀 삼총사>보다 액션이 훨씬 강해졌다. 힘든 부분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촬영을 준비했는가.

카메론 디아즈: 워낙 활동적이고 돌아다니길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운동할 필요는 없었다. 좋아하는 스포츠는 스노보드와 하이킹, 수영. 일주일에 세번 정도는 이 중에서 뭔가를 한다.

루시 리우: 사람들은 나를 액션스타라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쉬지 않고 운동을 해서 몸을 다듬어야 한다. 체력이 모자라면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도 없으니까. 새벽 다섯시에 촬영을 시작하더라도, 세시엔 일어나서 꼭 운동을 하곤 한다. 이번에도 액션장면은 대부분 직접 연기했다. 전에도 무술을 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드루 배리모어: 나는 다섯시에 촬영을 시작하면 그 5분 전까진 잔다. (웃음) 운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두 시간 요가를 하는 정도?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내 별명이 갈매기였다. 먹을 걸 줄 때까지 꾸륵거린다고. (웃음) 사람들은 내가 뚱뚱하다, 살이 늘어졌다고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난 행복하다.

-속편은 언제나 부담을 안고 출발한다. 감독 McG가 1편보다 나은 속편을 만들기 위해 요구한 점이 있는지.

드루 배리모어: 속편은 전편보다 규모가 크고 생기도 있어야 한다. 그것은 감독과 배우 모두의 책임이다. McG는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를 만들면서 난이도가 높은 장면을 많이 넣었는데, 그런 액션장면은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모터크로스나 스트리트 파이팅이라든지, 몽골리아에서 탈출하는 장면 같은 것들.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오기 위해서, 전편보다 춤도 더 많이 췄다. (웃음)

-벌써부터 <미녀 삼총사> 3편이 만들어질 거라는 소문이 있다. 당신들은 언제까지 이 시리즈에 출연할 수 있을까.

카메론 디아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 나는 똑같은 연기를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프로듀서인 드루 배리모어가 심상치 않아 보이자) <미녀 삼총사>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속편에 합류하게 됐다. 내가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를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속편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드루 배리모어: 2편이 개봉하기도 전에 3편에 대한 소문이 도는 건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겠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미녀 삼총사>를 50편까지라도 만들고 싶다.

사진제공 콜럼비아트라이스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