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불어라 봄바람>의 다방 종업원 역 김정은 인터뷰
2003-06-20
글 : 김영희 (한겨레 기자)

"천박하면서 사랑스런 역 다들 제가 딱이래요"

커다랗게 롤을 만 이라이저 머리, 물방울 무늬의 머리수건 띠, 베티 부 귀걸이에 진한 분홍 립스틱을 바른 김정은은 내내 눈을 반짝이며 쉴새없이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다방 종업원이야 고아야 그런 기분으로 시나리오를 봤지만 오히려 선국보다 더 큰 감성을 가진 사람이더라고요. 부잣집 고명딸 역할도 귀엽겠죠. 하지만 세상이 선입견 가지기 쉬운 사람이 점점 장점을 드러내는 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세상 기준으로 보면 ‘바보같다’는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누가 책상을 “이게 의자야”고 하면 “네~”라고 할 정도의 여자, 연신 입에 ‘졸라~’라는 말을 달고 다니지만 그 말이 욕인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쓰는 여자가 물망초 다방 영업부장 화정이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지독히 이기적으로 보였던 선국의 따뜻한 감성을 일깨워주는 “성모 마리아같은 여자”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렇게 천박하면서 사랑스런 역할을 누가하지 하니까 모두 김정은씨 얘기더라”는 김승우의 말이 아니더라도 김정은의 얼굴을 가만 보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몰라요, 싶은 얼굴이면서도 순박한 맑음이 읽혀진다.

영화계에서 김정은은 뭐라해도 애드립과 순발력 최고의 코미디의 여왕이었다. 그런 그에게 시대멜로 <나비>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흥행이나 평에서 모두 나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외면받은 덴 이유가 있었죠. 하지만 내 선택을 변명할 생각도 없고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시 코미디 “멜로해야지 하면서 아까운 코미디를 놓치는 건 바보같은 짓이잖아요. 그리고 많이 하진 않았지만 코미디 영화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애드립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특히 이 영화는 감독님 자체가 배우들보다 서너배는 웃긴 분이라 시나리오대로만 하면 웃기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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