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건 안해본 건데‥ 현실 사이사이에 상상이 끼어든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윤곽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최근 이 영화의 시놉시스와 연출의도를 영화진흥위원회에 내, 올해 예술영화 지원작 가운데 하나로 선정받았다. 지난 2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개요를 들려줬다.
<오! 수정>의 키워드가 ‘기억’이고 <생활의 발견>이 ‘모방’이라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키워드는 회상·꿈·상상 등 사고로 재현되는 세계이다. 그걸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그 세계와 현실의 연관성을 살펴들어가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홍 감독은 그 세계와 현실세계의 괴리나 모순에 주목하기보다 각자가 독자성을 가지고 흘러가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변화를 예상하게 하는 지점이다.
-<생활의 발견>처럼 시간순서대로 쫓아갈 건가?
=시간순으로 직선적으로 진행된다. 그 사이사이에 회상, 상상, 꿈이 끼어든다. 이런 건 안 해본 건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꿈 장면 한번 넣은 적이 있을 뿐이고. 그런데 상상, 꿈, 회상이 우리 속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일상의 한 표면이다. 그걸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또 그걸 쓰는 게 과거의 여자에 대해 갖는 미화된 기억, 또는 집착, 또 그것들과 현실과의 대비 같은 걸 이야기하려는 방향하고도 맞는 것 같다.
-그러면 회상·꿈·상상이 현실과 모순을 일으키는 구조인가?
=회상·꿈을 현실의 한 부분처럼 받아들여서 일상을 그려내자. 그런데 꿈·회상이 현재와 비논리적으로 연결되면서 독자적 세계를 갖고 있는 것처럼 가기도 한다. <오! 수정>에선 각자의 기억과 실제 현실이 퍼즐처럼 대구를 이뤘지만, 그런 대구는 줄고 꿈과 현실이 서로 독립성을 많이 갖고 가게 하려고 한다. 대구가 맞는 부분은 20~30% 정도 너무 딱 맞아 떨어지면 그 효과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또 하나의 논리이고 설명이 될 것같다. 꿈·회상·상상이 오토노머스하달까, 독립성을 가지고 가게. <오! 수정>에선 기억의 그런 측면을 해봤는데, 이번엔 이런 거다. 현재가 되게 불순하다는 것. 현재가 과거와 미래와 끈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여자를 추구하고 생각하고 쫓아가는 이야기에 그런 걸 담는 거다.
-<생활의 발견>과 분위기가 많이 다른가?
=구성은 투박함을 원하는 것 같다. 진행이 좀더 덜그럭거린다 그럴까. 좀더 감정을 담을 것 같기도 하고. 회상이 들어가서 느낌이 많이 다를 거다. 또 <생활의 발견>과 달리 남자가 여자를 만난 뒤에 집으로 돌아온다.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
=루이 아라공의 책 제목이다.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4년전에 파리에 갔을 때 한 책방에서 아라공의 사진에 이 제목이 박혀있는 포스트가드를 봤다. 그때 이 말이 꽂혀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성현아를 여자 주인공을 캐스팅했는데?
=내 캐스팅이 다 그런데 강하게 내뿜는 이미지가 있지만, 내면엔 결핍이랄까, 금이 가 있다고 할까 그런 걸 성현아씨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 배우도 거의 확정됐다. 셋 모두 내 영화엔 처음 나온다. 자꾸 새로운 배우를 쓰는 건 새로운 사람이 주는 힘이 있어서이다. 내가 배우한테서 많은 걸 받으니까. 그런데 다음부터는 전에 했던 배우들과 해도 되겠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런지 설명은 잘 못 하겠고.
-제작 일정은?
=두 남자가 만나는 게 겨울이다. 48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에, 회상과 상상이 끼어든다. 회상·상상부분이 가을이기 때문에 8월말~9월초부터 촬영을 시작해 2월말까지는 완성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