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으로 400여만 관객의 배꼽이 빠지게 한 임창정(30)이 또한번 고강도 폭소탄을 터뜨릴 준비에 들어갔다. 웃음 폭탄을 탑재할 미사일은 CJ엔터테인먼트 제작 1호작인 영화 <위대한 유산>. 여기서 그는 `백수건달' 창식 역을 맡아 심금을 울리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색즉시공>이 끝나자마자 시나리오가 많이 쏟아져 들어왔다는데 미리 회사에서 걸러 제가 본 것은 5편이었어요.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한다는 주위의 충고도 있었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배역을 한번 더 해보고 바꾸자고 결심했지요.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미처 준비도 안됐거든요."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늦깎이 신인 오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위대한 유산>은 명문대 심리학과를 나와 빈둥빈둥 노는 창식과 탤런트를 꿈꾸는 미영이 늘 만나면 으르렁대다가 미운 정이 쌓여 사랑이 싹튼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상대로는 <몽정기>로 인기를 모은 김선아가 낙점됐다. 현재 80% 가량 찍었으며 10월 말 개봉될 예정이다.
"창식은 얄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지요. 취직 못한 것을 두고 `사회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사회를 버렸다'고 엉뚱하게 합리화하며 큰소리를 치지요. 머리도 좋아 거짓말을 밥먹듯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한없이 약해진답니다. 지금 선아씨에 대한 감정이 사랑으로 바뀌는 단계를 연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제는 같은 장면을 30회나 찍었는데도 마음에 쏙 들지 않더군요."
연기 못지않게 노래솜씨도 빼어난 임창정은 최근 10집 앨범 `Bye'를 내며 `마지막'이라고 못박았다. 이제 더이상 정규 앨범을 발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6집 때부터 정규 앨범은 내고 싶지 않았어요. 계약 문제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결심이 미뤄졌지요. 소속사에서도 제 심정을 알기 때문에 그동안 수고했다고 하더라구요. 노래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신보를 선보일 때마다 꽉 짜인 스케줄에 따라 숙제처럼, 일처럼 활동하는 게 싫다는 거죠. 앞으로 더욱 연기에 전념할 거예요."
1997년 <비트>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창정은 <엑스트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행복한 장의사>, <자카르타>, <해적 디스코왕되다> 등에서 불량스러우면서도 소시민적인 캐릭터를 빼어나게 연기했다. <두사부일체>나 <역전에 산다>에서 보여준 카메오 연기는 그가 아니면 해낼 수 없다는 극찬을 들었을 정도.
그와 호흡을 맞추는 김선아도 "오빠 같고 선생님 같아 많이 배우고 있다"면서 "관객과 오빠가 원한다면 기회가 닿는 대로 함께 출연하고 싶다"고 비행기를 태운다.
주인공과 같은 `백수'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자 "장난전화를 걸었다가 정중히 사과하고 끊는 게 무료함을 이기는 저만의 `오락'이지요"라며 특유의 익살스런 웃음을 흘린다. (남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