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터크 애버레스팅>
2003-07-0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Story

19세기 말 미국. 포스터가의 어린 소녀 위니(알렉시스 블리델)는 집안의 엄격한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낀다. 어느 날 숲속에서 길을 잃은 위니는 우연히 제시 터크(조너선 잭슨)와 마주친다. 가족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 제시의 형 마일즈는 위니를 강제로 끌고 간다. 그러나 위니는 이내 그들의 선한 본성을 알게 되고 친숙해진다. 제시와 위니가 풋사랑에 빠질 즈음, 마을에 나타난 정체 모를 남자가 제시 가족을 위협한다.

■ Review

내털리 배빗의 1975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터크 애버레스팅>(이미 1981년,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바 있다)은 시간과 죽음에 관한 동화이다. 어린 관객은 더이상 자라지 않는 제시를 보며 피터팬을 꿈꾸겠지만, 늙어가며 현명해진 어른들은 죽지 않는 제시의 아버지를 보며 <걸리버 여행기>의 한 페이지를 생각할 것이다. 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에펠탑이 세워지던, 세상의 모든 변화가 꿈틀거리던 19세기와 20세기 사이에 존재했던 자그마한 숲속에서의 이야기.

“죽음을 두려워 말고, 미완성의 삶을 두려워하라.” 제시의 아버지 앵거스 터커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위니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삶과 죽음의 정상적인 행로로 되돌아간다.

잠시잠깐의 일탈과 거기에 남는 추억, 끝내는 얻는 교훈. <터크 애버레스팅>은 여주인공 위니의 입장에서 성장영화의 형식을 취한다. <터크 애버레스팅>에서 성장이란 곧 ‘늙음’이고, 우연히 신비한 샘물을 마시고 늙지도 죽지도 않는 터크 가의 사람들이 위니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은 바로 ‘죽음’이다.

<마이 독 스킵>에서 동물을 소재로 소년의 성장영화를 완성한 제이 러셀이 이번에는 좀더 큰 화두를 걸머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터크 애버레스팅>은 두명의 출연배우에게서 늙어감의 희로애락을 배운다. 제시와 위니가 만드는 소년소녀의 첫사랑은 차라리 허술한 사족일 뿐이다. 머플러를 두르고 이야기를 꾸며내길 좋아하던 <거미 여인의 키스>의 윌리엄 허트, 돼지피를 뒤집어쓰고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캐리>의 주근깨 소녀 시시 스페이섹, 그들이 아버지와 어머니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은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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