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17살 소녀 사토카(다나카 레나)의 봄방학은 짝사랑의 실패와 어머니의 입원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어머니의 낡은 오르골. 그 속에서 사토카는 꼭 자기만한 나이 때의 어머니가 품고 있었던 첫사랑의 추억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차마 부치지 못한 채 오르골 속에 봉인했던 낡은 편지와 사진. 사토카는 과거 속에 묻혀버린 어머니의 첫사랑을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 Review
사토카는 엄마의 추억과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후지키를 찾아가 그의 일상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룸펜 같은 생활을 지워버리고 첫사랑의 환상에 딱 맞을 만한 주인공으로 변신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토카는 어머니의 병도, 그리고 이루어진 사랑이기에 너무도 현실적이고 시시해보이는 아버지의 존재도 잊어버린다. 어머니의 첫사랑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발견해나가고 환상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영화 <첫사랑>은 사토카와 후지키라는 두명의 인물을 통해 다소 코믹한 유머를 구사해나가면서 전반적으로는 청승맞을 만큼 첫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과 감성으로 치장하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도, 그리고 화면을 채우는 이미지들도 그닥 새로운 것은 없다. 지나간 사랑의 추억 속에서 현재 곁에 있는 사랑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식상한 것이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아래에서 나누는 첫사랑의 기억 역시,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나 의 서정적인 이미지들을 통해서 다 본 것들이다. 단지 이 영화는 현실 속으로 끌어내렸을 때 아쉬움과 상처로 허망해지는 첫사랑의 기억을 소녀적인 감성으로 아기자기하게 채색한다. 특별히 눈에 띄는 영화적인 맛과 재미는 없지만, 사랑에 관한 풋풋한 유머와 낭만이 있어 영화를 보는 동안 슬며시 미소짓게 하는 구석은 있다. 첫사랑이 환상인 것처럼 영화도 환영이니 말이다.정지연|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