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3류 카바레를 전전하는 3류 개그맨 진영(윤다훈). 그에겐 호적에도 올리지 못한 채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맡아 키우는 7살짜리 딸 가영(김지선)이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딸을 떠맡게 된 진영. 그러나 그는 사사건건 잔소리만 늘어놓는 딸이 영 불편하고 가영은 대책없이 사는 아빠가 늘 불만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티격태격만 할 것 같던 부녀도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가슴아픈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 Review
그러나 <고해>는 착한 것만이 미덕이 아님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 신을 넘기가 무섭게 만나는, 이야기짜기의 나태함과 비약은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친할머니가 멀쩡히 키우던 딸을 호적에 올리지 않은 이유도 알 리 없고, 가흔(설수진)이 왜 딸을 떠났는가에 대한 설명조차 불분명하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호적이 없는 것을 이용해 아이를 납치하려던 사기꾼에게 이용당한 아동보호소 소장이 알고보니 가영의 친엄마였고, 죽은 딸의 뼈를 바다에 뿌리고 차에 앉자마자 딸이 죽기 전 방송사에 보낸 사연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등, 지나친 우연이 다리를 놓은 위로 상투적인 설정과 표현들이 오고가기를 반복한다. 슬픈 날엔 어김없이 억수로 비가 쏟아지는 날씨설정은 귀여운 수준이다. 가영이 죽어감을 알아가면서부터 영화는 <엄마없는 하늘아래>식의 ‘고전적’인 대사들로 채워지는데 이는 TV시트콤 <세친구>를 통해 마초적인 유행어를 생산해내던 윤다훈의 이미지와 서로 녹아들지 못한 채 불협화음을 가져온다. 게다가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그 사실을 아빠에게 알리지 않는 것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선물>의 아내를 딸로 치환시켜놓은 듯 닮았다. 결국 <고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음속에 꾹꾹 담아놓았던 단 하나의 고해성사가 아닌 너무나도 익숙한 주기도문의 반복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고해>가 거둔 것이 있다면 영특한 아역연기자의 발견이다. 늘 들러리처럼 혹은 인형처럼 예쁜 옷을 입고 미소짓는 어린이 역할에서 탈피해, 아픔을 숨겨가면서까지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가영 역의 김지선의 연기는 허술한 설정을 메울 정도로 기특하다.백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