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직후 탄저병에서부터 최근 사스까지, 바이오 테러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던 뉴욕이 또다시 공포에 사로잡혔다. 공포의 근원은 다름 아닌 대니 보일 감독의 새 영화 . 지난 6월 말 뉴욕을 비롯한 미 전역 대도시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9·11 테러 이전에 촬영을 마쳤으나 올 여름이 되서야 미국에 개봉돼 ‘시기를 아주 잘 탄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터미네이터3> <금발이 너무해2>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등 속편이 판치는 올 여름, 좀비호러영화인 가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여름철의 일반 블록버스터들과 차별을 둔 마케팅 전략이다. 뉴욕의 경우 지난 5월 있은 ‘트라이베카필름 페스티벌’에 초청된 는 두 차례 모두 자정에 상영되었고, 이어 개봉 2주 전인 6월13일 뉴욕시와 LA의 극장 1곳에서 1회 야간상영회를 가져 미처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관객이 발을 동동 구르도록 자극시킨 것. 마치 몇년 전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의 개봉 전야를 연상케 했다.
미디어 광고 역시 차별화를 두었다. 올해 개봉된 여름 블록버스터들이 정신없는 액션장면이나 캐치프레이즈로 TV광고를 만든 반면, 는 극장에서 관람객이 영화를 보면서 놀라는 반응과 관람 뒤 소감들로 광고를 만들었다. 거리 곳곳에는 영화 속에 나오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눈이 붉게 충혈된 좀비의 이미지를 담은 포스터와 스티커들이 나붙어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뉴욕시내 극장에서도 이같은 차별화 광고는 계속됐다. 캐릭터를 살린 거대한 포스터나 배너를 붙여놓는 대신 평론가들의 기사를 읽기 좋도록 확대시켜 포스터가 놓일 법한 자리에 대신 세워놓는 등 아트하우스영화나 쓰는 홍보방법을 택한 것.
물론 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광고나 바이오 테러 위험 때문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빌리지 보이스> <뉴욕포스트> <뉴욕데일리뉴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뉴욕에 베이스를 둔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호평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를 <시체들의 새벽>이나 <죽음의 날> 처럼 호러 클래식으로까지 볼 수는 없지만 여름철 더위를 식히고, 공포감을 조성하기에는 충분히 성공한 영화라는 것이 대부분 평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는 영화 관람 뒤 관객 사이에서 토론을 자극해 2∼3번 추가 관람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부터 ‘다른 좀비영화와 너무 다르다’ 등 의견도 분분하다. 개봉 당시 를 호평했던 <뉴욕타임스>에는 최근 암세포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학자가 이 영화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본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지난 6월27일 총 1260개 극장에서 개봉해 97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두 번째 주에는 147개가 추가된 1407개 극장에서 상영해 총 2055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물론 이같은 수치는 다른 블록버스터영화에 비하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3000여 극장에서 개봉되고, 제작비가 1억달러를 넘어서는 다른 오락영화보다는 훨씬 알찬 결실을 얻고 있는 셈이다. 는 할리우드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 870만달러로 제작됐지만 영화를 본 관객의 입소문이 퍼지고 있어 지속적인 흥행 호조가 기대된다.
한편 미국 배급 전 의 제목이 2000년 샌드라 불럭의 흥행 실패작 (28 Days)과 너무 흡사하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또는 등 다른 제목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뒷말도 전해진다. 뉴욕=양지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