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의 신작 <똥개>는 서민적인 영화다. 그 특유의, 일상적인 사물들과 환경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이 잘 발휘되어 있다.
첫 장면은 엄마의 꽃상여가 나가는 장면이다. 철없는 ‘똥개’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배고프니 떡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 뜻밖에도 프랑스의 어느 시골에 찾아온 봄날을 자축하기라도 하는 듯한 3박자의 아코디언(프랑스어로는 방도네옹) 연주가 흥겹고 경쾌하게 흐른다. 흔들흔들 아지랑이 어지럽고 하늘하늘 꽃이파리 흐드러지는 봄날의 꽃상여라. 껄껄, 이 음악은 현실을 꼭 곧이곧대로 보지 않겠다는 감독의 큐 사인이다. 대신 여유있고 즐거운 시선으로, 파로디 하는 시선으로 보겠다는, 그리하여 곽경택 특유의 그 ‘추억하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누려보겠다는 전언으로 읽히는 음악이다. 이 역설적 선택 자체가 너무 직접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고민하다가 의도 전체가 꼬이는 길을 경상도 사나이가 택할 리 없다. 영화는 장면에 걸맞은 분위기의 음악으로 가다가도, 몇번, 속된 말로 ‘갸꾸’로 가는 부분을 넣어 관객의 마음에 태클을 건다. 예를 들어 안마시술소 화재장면에서 선택된 클래식 곡 <백조의 호수> 같은 것도 그렇다. 이런 거꾸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총알탄 사나이>가 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정도로 알맞게 등장하는 것 같다.
오리지널 스코어는 윤민화가 맡았다. 이 여류 뮤지션은 <챔피언>과 <중독> 같은 작품에서도 음악을 선보였었다. 비교적 신예에 속하면서도 신중함과 절제력을 갖춘 음악을 화면에 붙이고 있다. 코믹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쿵짝 쿵짝’ 하는 두 박자풍의 리듬을 초반에 많이 도입하다가, 중반 이후 영화가 일상적 촌극에서 동네 깡패들이 한판 붙는 액션물 비슷한 방향으로 넘어가면서 리듬도 바뀐다. 이 이후로는 트립합적인 반복 리듬이 등장하여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싸움이 많이 등장하는 중반 이후의 음악적 주도권은 강력한 하드코어 메탈풍의 록 비트와 오리지널 스코어의 긴장감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
영화는 경상도의 ‘밀양’에서 서울에는 거의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지만, 스타일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촌스러우면서도 은근히 폼나는 정우성의 ‘트레이닝복’처럼, 묘하게 거꾸로 가기도 하고 세련된 대목을 집어넣기도 하며 매력을 발휘한다. 벚꽃이 만개한 골목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똥개와 정애의 ‘스쿠터 사랑’신은 다리를 건너는 대목에 이르면 <쥴 앤 짐>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세련된 패러디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때, ‘쿵짝’거리던 소탈한 리듬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여성 보컬을 앞세운 우아한 모던 록 사운드가 이들의 애틋한 라이딩을 보조한다. 내러티브도, 정애를 조금 투박하게 ‘가족관계’ 속으로 집어넣긴 했지만 가족드라마, 청춘드라마, 그리고 깡패 이야기와 지역의 이권을 다투는 사회적 요소 등이 다층적으로 섞여 있다.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에는 펑크 밴드의 스트레이트하고 솔직한 사운드가 영화를 그 방향으로 정리한다.
이처럼, 힘 빼고도 여러 층위를 만들어낸 영화는 그리 흔하지 않다. <친구>의 공전의 히트와 <챔피언>의 나름의 성과를 배경으로 뻐길 만도 한데 곽 감독은 뒷목의 힘을 빼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날카롭다. 은근히 세련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