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6세대는 표류하고 있는가?
2003-08-04
글 : 이홍대 (베이징 통신원)
<자줏빛 나비>등 기대 이하, 고유한 문제의식도 사라져

연일 이어지는 폭염만큼이나 베이징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는 뒤늦게 개봉한 <매트릭스2 리로디드>, 그리고 <무간도>를 의식하고 제작되었음이 분명한 진목승 감독, 여명·정이건 주연의 홍콩영화 <쌍웅>(雙雄)이다. 사스로 인해 4월 말부터 한달여 동안 문을 닫았던 베이징의 극장가는 이 두 영화로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 ‘6세대’ 감독들은 더위에 지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봉 전 요란한 광고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두 영화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히 상영 일수를 채워나가고 있는 로우예의 신작 <자줏빛 나비>(紫蝴蝶)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었다는 점과 영화의 간판스타 장쯔이를 내세워보았지만, 언론은 물론 관객으로부터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21일, <자줏빛 나비>를 처음 접한 베이징의 관객은 영화 중 빈번하게 사용된 롱테이크와 영화 서술방식 등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으며, 영화 후반부 장쯔이와 조연 남우 사이의 애정신에서 급기야 실소를 터뜨려 이날 자리한 감독 로우예의 입을 다물게 하고 주연배우 장쯔이의 얼굴을 붉게 만들기도 했다.

<자줏빛 나비>의 개봉을 전후로 중국 각 언론 매체에서는 이른바 ‘6세대’ 감독들과의 인터뷰가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 로우예와 함께 <표류자>(漂流者)로 올 칸영화제에 참가했던 왕샤오솨이는 자신과 지아장커, 장위안, 장원, 장밍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젊은 감독들에 대한 ‘6세대’란 호칭에 반감을 피력했다. 그는 단지 연령이 비슷하다는 이유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힘든 이들에게 십수년간 주어진 ‘6세대’란 호칭은 이제 사명을 다했고, 각자 개성 뚜렷한 ‘중국 감독’들로 소개해야 할 시점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 중국 영화계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영화시장의 위치를 정하고, 영화와 관객을 보호할 수 있는 영화 등급제의 확립을 꼽았다.

아직 제작 미정인 성장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저장, 윈난, 내몽고 등지에서 음악과 자연풍경이 풍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인 지아장커 또한 영화 등급제의 중요성과 함께 언론에서 심각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6세대’, ‘독립영화’, ‘지하영화’라는 개념이 단지 젊은이들이 형성한 일종의 문화가 아니겠냐고 언급하고, 주류영화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이들 감독들이 제작한 영화를 나누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첸카이거, 장이모 등 ‘5세대’ 감독들의 최근 변화에 대해 그들의 영화에 대한 역량이 퇴보한 것은 아니고, 중국영화가 직면한 문제인 주류영화의 회복에 대한 책임이 이러한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겠냐며, 한때 선배들을 향해 시퍼렇게 날을 세웠던 비난을 거두었다. 덧붙여 그는 중국 영화계가 배워야 할 모범사례로 현 한국 영화계를 지적했다.

이 밖에 올 한해 <사랑해>(我愛), <지앙지에>(江姐)(현대 경극영화), <녹차>(綠茶)(개봉대기 중)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친 또 다른 ‘6세대’ 감독 장위안은 현재 TV연속극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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