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맨은 가라? 최근 고난이도의 스턴트 연기를 대신할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영국에서 개발됐다. 옥스퍼드대학에 위치한 내추럴모션사는 스턴트맨들이 직접 해결하기 힘든 위험천만한 스턴트 액션을 대신할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해 가상 스턴트맨들을 가동 중이다. 첫 수혜작은 브래드 피트(사진) 주연의 시대극 <트로이>.
‘엔도르핀’이라는 이름의 이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어떤 동작을 취할 때 근육과 뼈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메커니즘을 숙지하고 있어서, 실제 배우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을 선보일 수 있다. 엔지니어가 시범을 보이는 대로 동작을 따라할 뿐 아니라 그대로 영화 속 상황에 맞게 섞여들 수도 있다. 스턴트맨이 소화할 수 없는 액션을 모션캡처나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했던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빠르고 리얼하다는 강점을 지닌다.
이에 일각에선 이제 스턴트맨들의 설 곳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시스템 개발사인 내추럴모션에서도 “스턴트맨들의 일을 상당 부분 대행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들이 가상 스턴트맨을 내세우는 명분은 ‘초인적’ 액션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발물로 몸이 터져나가거나, 사지가 잘려나가거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치명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스턴트맨의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다. 특히 클로즈업으로 보여져야 하는 장면의 리얼리티를 위해서라도 라이브 스턴트의 필요성은 계속될 것이다.” 실재와 가상의 대결,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위협’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