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낯선 세계에서의 특별한 모험,<고양이의 보은>
2003-08-05
글 : 박은영
■ Story

학교에 지각하고, 창피를 당한 어느 날, 하루는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준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두발로 서서 감사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그날 밤, 고양이 행렬이 하루네 집에 찾아든다. 고양이 왕은 낮에 구해준 고양이가 왕자 룬이었으며,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한다. 약속대로 고양이 나라에 초대된 하루는 룬과의 결혼식에 내몰린다.

■ Review

심오한 주제와 섬세한 그림체로,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단순한 등식을 거부해왔던 지브리 스튜디오가 모처럼 온전한 ‘동심’으로 회귀했다. 신예 모리타 히로유키의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은 평범한 여고생이 고양이 나라에서 겪는 황당한 사건들을 경쾌하게 따라잡고 있다. <고양이의 보은>은 조숙한(!) 중학생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의 ‘자매 작품’격으로 만들어졌다. <귀를 기울이면>에서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 시즈쿠는 장난감 가게에서 만난 고양이 인형 바론에게 영감을 받은 바 있는데, ‘시즈쿠가 바론을 모델로 이야기를 썼다면’ 하는 가정으로부터 <고양이의 보은>이 탄생했다.

<고양이의 보은>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평범하고, 그래서 매사 의욕과 자신감이 없는 여고생 하루에게 ‘낯선 세계에서의 특별한 모험’을 허락한다. 사람처럼 두발로 서고 말할 뿐 아니라 그들만의 왕국을 꾸리고 살아가는 고양이들. 고양이 나라의 황태자비로 내정된 하루는 “고양이 나라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탈출 의지가 흐려진다. 특별한 장소, 다른 차원의 행복을 기대하는 하루에게 “너 자신을 잊지 마라, 너의 시간을 살아라”라는 바론의 충고는 귀한 매뉴얼이 된다.

타깃의 연령대를 낮춘 탓일까. <고양이의 보은>은 고양이 나라를 단순히 의인화하는 선에서만 상상력을 발휘한다. 단순해진 것은 이야기만이 아니다. 캐릭터와 배경 그림체 역시 평면적으로 보이는데, 연출자는 그것을 평범한 십대 소녀의 눈높이에 맞춘, ‘의도된 허술함’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래도 쉴새없이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상은 흥미롭다.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의 최근작들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2002년 일본에서 개봉해 자국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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