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대등한 힘을 가진 남자와 싸우는 것은 매력적이다,안젤리나 졸리
2003-08-06
글 : 김현정 (객원기자)

2003년 1월, 안젤리나 졸리는 홍콩에서 <툼레이더2: 판도라의 상자>를 찍고 있었다. 그곳에 함께 머무르던 제작사 직원은 촬영현장을 찾은 취재진한테 졸리를 인터뷰하면서 두 가지 질문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편 빌리 밥 손튼과 아버지 존 보이트에 관한 것. <툼레이더>가 개봉할 무렵, 졸리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아버지와 친밀해졌고, 남편 덕분에 “진짜 가족”이 생겼다고 과시했었다. 그리고 3년 뒤, 졸리는 다시 혼자 남았다. 캄보디아에서 입양한 두살배기 아들이 있지만, 졸리는 “내 결혼이 끝장나면서 가장 좋은 친구였던 손튼과의 우정도 끝나버렸다. 지금 나는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때 “나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던 자존심은 여전히 빛이 나고 있었다. 몸에 딱 붙는 티셔츠 위에 파카를 걸치고, 긴 갈색머리를 힘주어 묶은 졸리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마디 한마디를 단호하고 빠르게 내뱉었다. 위장이었을까. 그러나 졸리는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살기엔, 삶이 너무 짧다. 나는 그런 일에 내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의 모든 말이 진심으로 들렸던 건 눈도 깜박이지 않는, 위장할 여지라고는 없어 보이는 솔직한 태도 때문이었다. 졸리는 “대등한 힘을 가진 남자와 싸우는 건, 여자에겐 좋은 섹스만큼이나 도움되는 일”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혼잡한 홍콩의 재래시장 골목으로 나섰다.

속편은 항상 한계를 안고 출발한다. <툼레이더2: 판도라의 상자>도 마찬가지일 텐데, 어떤 점이 <툼레이더>와 다른가. <툼레이더2>는 판타지에 가까웠던 <툼레이더>보다 어둡고 현실적인 영화다. 라라의 연인이었던 테리가 등장하고, 악당도 조너선 라이스를 비롯해 여러 명으로 늘어났다. 사람이 있는 영화인 것이다. 그리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촬영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1편을 찍으면서 캄보디아라는 나라를 정말 사랑하게 됐는데, 이번엔 아프리카, 그리스, 홍콩, 중국 등에서 촬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만이 라라 크로프트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속편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라라 크로프트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관능적이고 지적이며 인간적이다. 하지만 <툼레이더>는 첫 번째 라라 크로프트 영화였기 때문에 일단 그녀를 소개해야 했고, 그 때문에 한계가 많았다. 그녀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의 느낌이나 감정 같은 것, 한 인간으로서의 라라 크로프트, 이런 건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툼레이더2>에선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고 싶었다. 얀 드봉은 재능있는 감독이고, <툼레이더2> 역시 전편 못지않은 영화가 될 것이다.

<툼레이더>를 찍을 때 당신은 담배와 술을 끊고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고 들었다. 지금도 그런 생활습관을 유지하는가. 비슷하다.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도 와인 몇잔 정도? <툼레이더2>는 전편보다 액션이 강화됐기 때문에 특별한 훈련도 필요했다. 그리스에서 수중다이빙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찍기 위해 다이버 자격증을 땄다. 상어와 싸우거나 달리는 말 위에서 사격연습하는 장면도 모두 내가 직접 했다. 나는 스턴트맨을 쓰지 않는다. 1편에는 탄력있는 끈에 몸을 묶고 공중곡예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여기저기 부딪히긴 했지만(웃음), 직접 하는 편이 좋다.

사진제공 알앤아이 애드벌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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