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름은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8월 첫째 주말, <터미네이터 3>의 흥행질주를 누르면서 극장가를 석권한 건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이었다. 제작사 씨네2000쪽에 따르면 주말 이틀(8월 2~3일) 동안 서울 11만3천명, 전국 40만명이 관람했다. CJ엔터테인먼트쪽 집계에 따르더라도 서울관객 10만8천명으로 주말 흥행성적 1위이다. 씨네2000은 개봉일인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4일 동안 전국 68만명의 관객이 들었다고 발표했다.
‘여고괴담’ 시리즈 1, 2편에 비해 만듦새가 많이 처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관객이 몰리는 건, 한국에 공포영화 수요가 상당함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거울 속으로> 등 공포영화의 개봉이 줄을 잇고 있어, <장화, 홍련>부터 시작한 공포영화의 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거리다. <터미네이터3>은 주말 서울 관객 10만명(CJ엔터테인먼트 집계)으로 2위가 됐고, <툼레이더2: 판도라의 상자> <싱글즈> <브루스 올마이티> <똥개>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8일 개봉작은 한국 공포영화 과, 할리우드 흥행 귀재인 마이클 베이 감독의 <나쁜 녀석들 2>,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 등 세 편. 맥스무비에 따르면 6일까지 예매율은 <나쁜 녀석들 2>가 39.8%로 단연 앞서는 가운데, 이 14%, <고양이의 보은>이 8.8%로 뒤를 잇고 있다. 은 놀래기보다 스쳐 지나가듯 보게 되는 섬뜩한 느낌의 공포를 일관되게 밀고가는 세련된 연출이 돋보인다. 그 절제된 감정 표현 뒤로 흐르는 이야기 자체는 퍽 끔찍하다. 인물들을 구제해 주는 일말의 장치조차 없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장화, 홍련> <여고괴담 세번째…>가 모두 10대를 겨냥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영화가 성인 취향이라는 점도 한 변수다. <나쁜 녀석들 2>는 쫓고 부수는 액션은 화려하지만, 버디영화로서의 유머는 전편 <나쁜 녀석들>에 못 미친다. 군대도 아닌, 미국 경찰들이 쿠바에 잠입해 민가를 부수는 장면은 아무리 오락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기에 편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