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사냥꾼 앨런 쿼터메인(숀 코너리)은 대영제국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전령을 따라 런던에 돌아온 쿼터메인은 정보국 요원 M이 결성한 ‘젠틀맨 리그’에 참여하게 된다. 뱀파이어 미나 하커, 미국 스파이 톰 소여, 투명인간 로드니 스키너, 불사신 도리안 그레이, 노틸러스 호의 네모 선장, 이중인격을 가진 과학자 지킬 박사가 쿼터메인과 함께 떠날 멤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은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정체불명의 악당 팬텀에 맞서 싸운다.
■ Review<젠틀맨 리그>는 가장 유명한 판타지와 SF, 모험소설을 모아 만든 영화다. 동물에 가까운 생존 감각을 지닌 사냥꾼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뱀파이어, 21세기에 갖다 놓아도 무리없을 테크놀로지와 최정예 부대를 소유한 함장은 각자에게 영화 한편을 맡겨도 충분히 영웅이 될 수 있을 만한 캐릭터다. 여기에 네명을 더 보태 진용을 짠 ‘젠틀맨 리그’를 어떤 악당이 당해낼 수 있겠는가. 팬텀이라는, 수없이 정체성을 바꿔가며 깜짝쇼를 벌이는 적이 있다고는 해도, <젠틀맨 리그>는 일곱명의 중심 캐릭터 중 누가 희생당할지 몰라 긴장을 자아내는 영화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대신 스티브 노링턴 감독은 시대와 공간을 무시한, 뻔뻔하고도 화려한 액션을 ‘젠틀맨 리그’ 최고의 무기로 들이밀었다. <젠틀맨 리그>는 <프롬 헬>의 원작자이기도 한 앨런 무어의 만화가 원작. <블레이드>로 액션 연출 감각을 갈고닦은 노링턴은 한컷 한컷이 섬세하고 탄탄하게 짜여진 원작을 프라하 거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딕 건축물 위로 겹쳐놓았다.
도리안 그레이의 서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젠틀맨 리그>가 고집하는 컨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소개하자면 끝이 없을 명작소설의 캐릭터들은 그 한 장면에서 불사의 신체와 뱀파이어의 핏줄, 정확한 사격술을 드러내고, ‘젠틀맨 리그’의 멤버가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확신시킨다. 공간은 매우 좁지만, 그 액션은 조그만 바퀴가 굴러가는 것처럼 빠르고도 정신없다. 몽골 얼음호수 위에 지어진 요새를 폭파하기 위한 작전, 베니스의 좁은 운하에 들이닥치는 거대한 노틸러스 호, 실제 공간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베니스 거리의 카체이스는, 이 영화를 보면서 리얼리티 따위는 잊으라고 강변하는 듯하다. 로저 애버트를 비롯한 현지 평론가들이 비판했던 것처럼, <젠틀맨 리그>는 시나리오라는 것이 존재했는가 의심하게 될 정도로 허황된 영화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애초 개연성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액션은 눈부시지만, 목적은 소박하므로, <젠틀맨 리그>는 그리 밉진 않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