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불협화음이 빚어내는 나름의 아기자기함,<위험한 사돈>
2003-08-19
글 : 박은영
■ Story

CIA 비밀요원 스티브(마이클 더글러스)는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상견례 자리에서 만난 사돈 제리(앨버트 브룩스)에게 복사기 세일즈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미모의 여인과의 수상한 접선 현장을 들켜 제리로부터 매춘 알선업자라는 오해를 산다. 핵 잠수함 밀매 사건을 조사 중인 스티브는 프랑스로 거래인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사돈 제리를 동행하는데, 소심한 제리는 의외의 활약을 펼친다.

■ Review

첩보원 영화에도 ‘실버’ 바람이 부는 걸까. 책임감이나 애국심이 발동해서가 아니라 제 멋에 겨워 뛰어다니던 트리플X와 오스틴 파워 등 엽기적인 첩보원들의 시대에, 난데없이 손자 볼 나이에 특급 미션을 척척 떠맡는 중후한 스파이가 등장했다. 그런데 유행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스파이와 겁쟁이 사돈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위험한 사돈>의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이지만, 20여년 전에 이미 영화화된 적이 있다. 피터 포크와 앨런 아킨이 호흡을 맞춘 79년작 <The In-Laws>를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보다 점잖아진 것으로 평가되는 2003년작 <위험한 사돈>은 웃음을 유발하는 이야기의 축은 대체로 온전히 물려받았다. 세계의 평화를 책임지는 특급 요원이지만, 가장으로서의 일상을 꾸려가는 데는 서투른 남자가 가정적이지만 의심도 많고 겁도 많고, 아무튼 사방이 꽉 막힌 남자를 사돈 겸 파트너로 만났다, 는 설정은 꽤 매력적이다. 발 전문의일 뿐인 그가 FBI에 ‘거물’로 오인받고, 범죄조직과 대면해 전설적 킬러 ‘굵은 코브라’ 행세를 하게 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특히 백미. 이에 비하면 자녀들의 결혼식에 FBI와 악당 등이 몰려드는 하이라이트는 오히려 심심한 편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클리셰도 눈에 거슬리는 대목. 핵 잠수함을 사들이는 범죄자의 프랑스 국적(요즘 할리우드영화에서 악당은 대부분 프랑스인이다)과 동성애 취향을 희화화한 설정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위험한 사돈>의 관건은 판이한 성격의 커플을 연기한 두 배우의 궁합. 진지한 드라마와 스릴러를 무대로 삼았던 마이클 더글러스가 천하태평 베테랑 요원으로 변신한 시도는 신선하지만,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한 연기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너무 소심해서 귀여운 사돈 역의 앨버트 브룩스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 물고기 말린의 목소리를 내는 등 최근작에서 연달아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을 설파하고 있다. 미국 개봉 당시 “잘못된 만남”(<LA타임스>) 등의 혹평이 우세했지만, 이들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은 나름대로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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