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를 책임지는 두 여배우의 힘,<스위밍 풀>
2003-08-19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 Story

베스트셀러 범죄소설 ‘도웰 시리즈’의 작가 사라는 점차 젊고 유능한 작가들에게 밀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인관계에 있는 출판사 사장인 존은 사라에게 자신의 프랑스 별장에서 휴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길 권한다. 전원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푹 빠진 사라에겐 새로운 창작의 기운이 솟는 듯하지만 존의 딸 줄리가 별장에 찾아오면서 그 평화는 단숨에 깨진다.

■ Review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진…”이란 <스위밍 풀>의 광고 카피는 프랑수아 오종이 만든 모든 영화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적한 유원지, 이방인의 등장과 함께 막을 여는 그의 전작들과 달리 <스위밍 풀>은 북적거리는 영국의 튜브(지하철)에서 타이틀을 시작한다. 사라는 지하철 승객이 단박에 알아볼 만큼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이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중년 여인에 불과하다.

하여 욕망에 충실한 젊고 싱싱한 육체를 가진 줄리는 사라에게 위협적인 존재이자 불편한 인물이다. 낙엽이 떠 있는 스위밍 풀을 유유히 즐기는 줄리와 달리 사라에게 그곳은 “박테리아 시궁창”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물감만 주던 줄리의 존재가 점차 흥미롭게 다가오면서부터 ‘질투는 나의 힘’을 외치던 사라의 태도는 점점 동화의 단계를 밟아간다. 그렇게 극(劇)이 서로 다른 상을 맺는 이상한 거울처럼 앞뒤로 나뉘는 순간, 사라의 노트북은 ‘도웰 시리즈’의 폴더를 접고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줄리’라는 새 폴더를 생성한다. 이제 카메라의 시선은 줄리의 삶을 관찰하는 사라의 뒤통수를 쫓는다. 사라는 자신의 장기인 탐정소설의 주인공처럼 숨겨진 줄리의 역사를 뒤쫓는 한편, 자신마저 소설 속 세계로 밀어넣는다.

재치있는 아이디어와 함께 <스위밍 풀>의 수질을 책임지는 것은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두 여배우다. ‘프랑스의 엽기적인 악동’으로 불렸던 프랑수아 오종을 ‘성숙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사랑의 추억>에서 남편의 실종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현실과 환상 속에 살아가는 중년 여인으로 등장했던 샬롯 램플링은 <스위밍 풀>에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늘한 눈빛 속에 일렁이는 감정의 소요를 감탄스럽게 표현해낸다. 또한 <워터 드롭 온 버닝 락>에서 어리지만 도발적인 매력을 뿜어냈던 뤼디빈 사니에르는 을 거치며 팜므파탈적 매력의 강도를 높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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