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으로 영화 연기에 임했어요”
<몽정기>, <싱글즈>의 이범수(33)가 다음달 5일 첫선을 보이는 영화 <오!브라더스>(제작 KM컬쳐)에서 12살 꼬마로 변신한다. 12살짜리 애가 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외모라고? 쓸데없는 걱정일 듯. 그가 맡은 '봉구'는 조로병(早老病)에 걸려 일찍 늙어버린 소년이다. 쉽게 말해 몸은 서른인데 마음은 초등학생인 것.
영화는 어려서 가족을 떠난 후 혼자 살아가던 상우(이정재)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만난 동생 봉구와 형제애를 나누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봉구 역은 어른의 몸에 아이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만큼 연기에서 배우의 역할이 큰 캐릭터.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하는 김용화 감독은 시놉시스 단계부터 이범수를 염두에 뒀다고 말할 정도로 이범수에 대한 신뢰가 크다.
19일 오후 이 영화의 시사회가 열린 종로의 한 극장에서 만난 이범수는 "어린이 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머릿 속에 담아두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별히 누구를 흉내내거나 모델이 되는 인물이 있거나 하는 것은 없었어요. 이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끄집어 내려고 했죠. 아이들만의 산만함이나 부잡스러움을 애들 특유의 높은 톤으로 표현했습니다."
그가 형 상우 역을 맡은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것은 1998년 <태양은 없다> 이후 두 번째. 이정재가 정우성과 함께 주연을 맡은 <태양은…>에서 아직 '뜨기 전'인 이범수는 강한 인상을 주지만 비중은 적은 조연으로 출연했다.
두 남자배우가 '투 톱'으로 주연을 맡은 만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없지는 않았을 듯하다. 이정재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이정재라는 좋은 배우를 가까이서 보고 친숙하게 된 것이 이번 영화를 통해 얻게 된 개인적인 소득"이라며 흐뭇해 했다.
그는 "촬영 내내 상대방의 연기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며 "애정을 갖고 서로 많은 조언을 주고 받았던 것이 이번 작업을 통한 소중한 경험이다"고 밝혔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김용화 감독은 이범수보다 한 살 어린 71년생. 그는 비슷한 연배인 김 감독에 대해 "지금까지 같이 작업해본 감독 중 '디렉션'(연기 지시)이 가장 정확한 연출자"라며 치켜세웠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이 뛰어난 만큼 이를 배우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명확했습니다. 덕분에 지지부진함없이 시원스럽게 촬영이 진행됐죠."
90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처음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러브>, <아나키스트> 등의 '개성있는 조연'을 거쳐 흥행성 있는 주연배우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데뷔 14년째를 맞고 있는 그에게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연기는 보는 사람(관객)의 존재를 인정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내가 표현하는 것을 보는 사람과 진솔하게 소통할 자세가 돼 있는 배우,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