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치명적인 아름다움,<젠틀맨리그>의 스튜어트 타운센드
2003-08-20
글 : 박은영

“상아와 장미꽃잎으로 만들어진 젊은 아도니스!” 세월과 죄과는 초상화가 감당할 뿐 그 자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사악한 미청년 도리안 그레이. 그의 창조주인 오스카 와일드가 무덤에서 일어나 영화 <젠틀맨리그>를 본다면, 적어도 캐스팅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을 것 같다. 스튜어트 타운센드(Stuart Townsend). 신비롭고 불길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의 카리스마는 미모의 흡혈귀 미나 하커뿐 아니라 스크린 밖의 여성들까지 결박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스튜어트 타운센드가 낯이 익다면, 그가 단지 브랜든 리나 주드 로나 조니 뎁을 닮아서가 아닐 것이다. 그는 몇번인가, 우리가 알 만한 영화에 얼굴을 내민 적이 있다. <퀸 오브 뱀파이어>에서는 음산한 록음악으로 뱀파이어 아카샤의 잠을 깨우던 레스타트로 출연한 바 있지만, 이 작품이 ‘알리야의 유작’이 되면서, 그는 죽은 알리야의 그늘에 묻혀버렸다. 마이클 윈터보텀의 <원더랜드>에서는 애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와 일탈적인 관계를 맺곤 하는 냉소적인 남자로 출연했지만, 앙상블 드라마라는 극의 성격상 크게 돋보이진 않았다. <어바웃 아담>에서는 케이트 허드슨을 비롯한 세 자매를 동시에 유혹하고 희롱하는, 천재적인 바람둥이의 면모를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그는 언제나 아름다운 연인이거나 위험한 ‘옴므파탈’이었다. 타고난 미모 덕, 또는 미모 탓이었다.

그 때문에 빚어진 불운한 사건도 있었다. 스튜어트 타운센드는 <반지의 제왕>에 아라곤으로 캐스팅돼 사나흘 촬영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창작에 대한 견해 차이로” 도중 하차했다. 피터 잭슨은 그가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불평했고, 타운센드는 덩치 큰 프로덕션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사정이야 어떻든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선이 굵은 비고 모르텐슨이 소화해낸 아라곤은, 강인한 전사보다는 달콤한 연인의 이미지에 가까운 타운센드에겐 애초 ‘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같은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혈관에 흑맥주라도 흐르는 듯 터프한 야성남 콜린 파렐과도, 그는 재미난 대조를 이룬다.

극장도 없는 더블린의 작은 어촌에서 나고 자란 스튜어트 타운센드는 한때 그 좁고 답답한 곳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았더랬다.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를 섭렵하면서도 여자친구가 다니던 연기학교에 따라 입학하기까지 그는 배우가 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연극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2000년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무대에 대한, 아일랜드에 대한 타운센드의 애착은 여전하다. 스릴러 <트랩트>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샤를리즈 테론과는 실제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 “길고 컴컴한 터널 끝에서 만난 한줄기 빛”과 같은 연인 때문일까. 그의 앞길은 일사천리다. 프랑스 코미디 <제임스 바타이유의 귀향>, 연인과 함께한 시대극 <헤드 인 더 클라우드>로,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갈 전망.

사진 유로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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