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감동적인 시간낭비,<25시> <미녀 삼총사2>
2003-08-28
글 : 짐 호버먼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발견해내지 못한 채 <갱스 오브 뉴욕>은 역사의 이름없는 희생자들에 대해 이렇게 애도한다. “우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도 후세 사람들은 전혀 모를 것이다.” 영화를 마무리짓는 이미지는 브루클린 공동묘지로부터 바라본 로워 맨해튼의 안개 자욱한 놀라운 매트 숏이었으며, 이것은 시간을 건너뛰어 2001년 9월10일의 지평선으로 어쩔 수 없이 이어진다.

이제 스파이크 리의 로 다시 곧장 건너뛰자. 리의 노골적인 인종 풍자극이자 뉴욕 하류층에 대한 최신버전 찬가인 이 작품은 ‘스코시즈 타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시작한다. 바로 브루클린 다리 근교, FDR드라이브 아래 어딘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마약 딜러 몽고메리 브로건(에드워드 노튼)과 어마어마한 근육맨 코스티야(토니 시라구사)와 함께 말이다. 그는 몬티(몽고메리의 애칭)가 나중에 도일이라고 이름 붙여주는, 심한 상처를 입은 개를 구해주고 있는 참이다. 노련한 복서가 자기쪽 코너에서 춤추듯 우아하게 몸을 풀며 튀어나오듯이, 리는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캐릭터들을 소개하며 자신감 넘치게 잽을 던진다. 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모든 신(Scene)이 지나치게 길고 시각적 아이디어들 대다수가 분석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의 구조는 질질 새는 느낌이고, 대사는 혼란스러우며 리의 단골 파트너인 테렌스 블랜차드가 만든 우격다짐의 음악은 정말 우격다짐 그 자체다. 하지만 <썸머 오브 샘> <클락커즈>(와 가장 닮았다) 등과 달리 의 스크립트는 그나마 좀더 힘이 있는 편이다.

데이비드 베니오프의 2000년작 범죄소설을 각색한 는 감옥에 보내지기 전에 가족, 친구들, 사업동료들과 함께 보내는 몬티의 마지막 하루를 낮과 밤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그는 음모에 걸려든 상태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작가의 동정심이 엿보이는 대목들도 있다. 노튼이 연기하는 백인 노동자 헤로인 세일즈맨은 화려하고 다양한 타입들의 소우주에 둘러싸여 있다. 바텐더인 아버지(브라이언 콕스)와 섹시한 여자친구 내추렐(로자리오 도슨), 그리고 평생을 사귀어온 친구들인 월스트리트 카우보이 프랭크(배리 페퍼)와 죄의식으로 가득한 교사 제이콥(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그리고 제이콥이 홀딱 반한 여학생(안나 파킨)과 꽥꽥대는 사악한 러시아 갱스터들이 또 이 배역들을 둘러싸고 있다. 는 스파이크 리스러운 작품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충실하게 원작을 답습하고 있다. 내추렐이라는 이름과 인종적 감정발산에 대한 그 우울하고 까다로운 편집(<똑바로 살아라>의 그 유명한 장면과 닮았다)마저 원작에 있던 그대로다.

는 때로 흔해빠진 시간낭비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노튼의 놀라운 캐릭터 재현능력이야말로 그 비결이다. 불발된 <클락커즈>의 엔딩을 성공적으로 상쇄하는 끝부분의 판타지 역시 큰몫을 한다. 140분 동안의 지루한 섀도 복싱을 그제야 비로소 만회해주는 것이다.

<미녀 삼총사2>

별로 그럴 성싶지는 않지만 만약 <미녀 삼총사2>가 박스오피스에 한주 더 머물면서 7월4일 박스오피스에 입성하는 <터미네이터3>의 엉덩짝을 한대 걷어차준다면 참 재미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엉덩짝”이야말로 이 영화의 키워드다. 70년대 TV물을 영화로 만든 2000년작에 이어 나온 이 속편에 대해 말이다. 시끌벅적하고 웃긴 이 어릿광대 쇼는, 비명과 떠들썩한 소동으로 치장한, 놀이동산에서의 하루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영화는 마치 죽 잡아 늘린 솜사탕 같다. 유혹적이리만치 까다로운 색채를 과시하지만 또 견딜 수 없으리만치 끈적끈적하다(여동생 머리카락에 이런 거 안 묻히게 조심하라). <레이더스>에 대한 떠들썩한 오마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극중에 팝문화를 넘치도록 전시하며 끼워넣는데, 주로 80년대 복고풍이다. 가끔은 바즈 루어만이나 심지어는 매튜 바니 수준의 동시대 바로크 장인들 수준까지 넘보긴 하지만 말이다.

원화평의 동생 원상인이 코디네이트한 스턴트들은 경이로운 곡예라기보다는 들뜬 슬랩스틱쪽에 더 가깝다. 그리고 내러티브를 조금이라도 논리적으로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미녀 삼총사2>에서 MC해머나 MTV를 넘어선 실제 세계란, 정말 아무런 흔적조차도 발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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