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8월31일(일) 밤 11시
드라마 <야인시대>로 최근 김두한이 다시 세간의 관심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세대들에게 김두한이라는 인물은 남자라면 한번쯤은 그려봤을 법한 주먹의 왕이었다. 그 이유는 70년대 꽤 많이 만들어진 영화 ‘김두한 시리즈’ 때문이다. <협객 김두한>은 그런 ‘김두한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다. 70년대 초반 <명동노신사> <명동에 흐르는 세월> 등 액션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김효천 감독은 1974년에 <실록 김두한>을 만든 다음해 <협객 김두한>을 만들었다. 김두한은 1972년에 타계했고,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자연스레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홍콩 무협영화와 함께 관객의 호응을 꽤 얻은 소재였다.
김두한 역을 맡은 배우 이대근을 관객은 보통 80년대 ‘변강쇠’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 70년대에는 김두한의 이미지로 더 오래 기억되었다. 다소 희화화된 듯한 느낌도 있지만, 이대근으로 각인된 김두한의 이미지가 훤칠한 미남 스타일의 멋진 영웅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1990년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후이다.
안개 낀 장충단공원에서 일본 낭인 고노에 일당과 3 대 30으로 격돌해서 마침내 일본인들을 물리치고 전국의 주먹을 평정하는 김두한의 모습이 영화 속에 그려지고 관객의 박수도 받은 것은 당시 반공영화가 많이 권장되고 만들어졌던 시대적 배경에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시대가 보이는 것일 게다. 안재모, 박상민과는 전혀 다른, 하지만 실제와 더 비슷한 김두한을 만나고 싶은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란다.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