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8일, 도쿄의 새로운 명물 록본기 힐스에 위치한 그랜드 하이야트 도쿄에서 <라스트 사무라이>의 감독과 출연자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지난 4월에 오픈한 록본기 힐스는 멀티플렉스, 레스토랑, 부티크 등이 운집한 어뮤즈먼트 에어리어로 <매트릭스2> <미녀 삼총사2> 등 할리우드 대작의 기자회견이나 이벤트 등이 수시로 열리는 새로운 공간이다. 이례적으로 후반작업 중인 상태에서 열린 <라스트 사무라이>의 기자 회견에는 20개국, 약 700명의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낮 11시 30분 거대한 타악기 연주와 함께 무대의 막이 떨어지고, 주연인 톰 크루즈와 감독 에드워드 즈윅이 모습을 드러냈다.’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만들어 왔지만 이렇게 자랑스러운 작품은 없었다’라는 톰 크루즈의 인사에 이어 <라스트 사무라이>의 몽타쥬 영상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무대는 19 세기말, 메이지 유신으로 장군에서 천황으로 지배자가 바뀐 일본. 근대 국가의 신식 군대를 만들기 위해 남북 전쟁에서 싸웠던 미국 군인 앨그런(톰 크루즈)이 고용된다. 어느 날 앨그런이 지휘하는 군대와 메이지 정부에 대항하는 무사들이 충돌하고, 앨그런은 포로가 되어 끌려간다. 앨그런은 사무라이의 자긍심을 지키는 카츠모토(와타나베 켄)와 만나게 되고, 그의 무사도에 감명을 받게 된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정부군과 사무라이의 전투 장면, 앨그런과 카츠모토가 만나는 장면, 앨그런이 카츠모토의 동료인 유지오(사나다 히로유키)와 목검을 주고받는 장면, 일본어를 배운 앨그런이 자신을 도와주던 타카(교키)와 사랑에 빠지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있었다. 각 장면들이 상영되는 사이에 있은 짧은 코멘트에서 에드워드 즈윅은 당초 일본 배우가 어떤 연기를 보이는가가 걱정이었지만, 촬영하는 동안 ’아무 것도 다르지 않은 위대한 배우들’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톰 크루즈 역시 와타나베 켄의 파워풀하고 지적인 면, 사나다 히로유키의 경이적인 육체를 절찬했다. 와타나베 켄과 사나다 히로유키도 코멘트 도중에 등장하여 ’촬영 중에 우정을 키운’ 톰 크루즈와 악수를 하고, 얼싸안았다.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와타나베, 사나다, 교키 5명의 일본 배우들이 추가된 기자회견도 있었다. <라스트 사무라이>에 배우로서 참가한 <금융부식열도 쥬바쿠> <바운스>의 감독 하라다 마사토는 "대단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스케일의 세트에 놀랐다. 이 시대의 일본을 재현 하는 것은 이제 할리우드 밖에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는 일본인이 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 없었던 19 세기의 일본이 있다. 일본어 대사도 몇번이나 체크하여 완벽한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감탄했다. 영화 속 이야기의 당사자인 일본 배우들의 찬사처럼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정열을 다하여 철저히 이루어진 조사와 연구 끝에 <라스트 사무라이>는, 일본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일본인이 보기에 위화감이 있었던 지금까지의 할리우드 대작과는 다른 작품으로 완성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그 전모는 12월,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밝혀질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1월9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라스트 사무라이>를 통해 느낀 무사도나 일본인다움은 어떤 것인가.
톰 크루즈 | 무사도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으니까,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사무라이의 명예를 존경하는 마음, 정열, 충성심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순수함을 지닌 가치관은 모든 사람의 인생을 빛낸다고도 믿는다. 나는 무사도에 대해서 시간이 있으면 몇 시간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언제나 마음에 가지고 있는 테마다. 우리는 무사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무사의 문화가 가지는 미와 미의식 같은 것에 공감을 느껴 그러한 것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와타나베 겐 | (톰 크루즈를 가리키며)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도 실은 일본인이다. (웃음) 우리 자신도 무사도나 사무라이의 정신에 대해서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인가’라는 기분이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그것을 찾아가자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일상생활 안에서도 정직, 겸허라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하는 것을 느끼면서 촬영했다. 그걸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에 임하는 방법이나 트레이닝을 할 때의 성실함 등으로 그런 정신을 영화에 쏟았다.
에드워드 | 즈윅 이 영화는 일본 역사의 전환기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무사도의 정신으로부터 떠나려고 하고 있는 시대다. 작품 안에서는 ‘사무라이의 정신이 근대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이 물음은 지금의 일본에도 잘 들어맞고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 등 그 외의 세계에서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나다 | 히로유키 다들 말을 했지만(웃음) 조금 덧붙인다면, 해외에서 사무라이를 생각한다면 역시 검을 쓰는 모습이 떠오르겠지만, 사무라이라고 하는 것은 전사로서 싸우는 인간일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문화와 정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문화를 계승하고, 어떤 정신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상냥한 무사의 정신이나 자신을 단련하여 싸우지 않고 이긴다, 그런 것들이 지금도 어느 정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많은 사람들이 새기면 좋은 세계가 될 것이다. 일본인 자신도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교키 | 원래 무사도는 말로 ‘이런 것이다’라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신 속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자신이 사는 길에 헌신한다, 는 것을 새기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어떤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만이 아니라 현대에도 그런 신념을 마음속에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몹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은 무사도에 대해 향수를 가지며 말한다. 하지만 이미 일본은 완전히 미국화되었다. 무사도에 관한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 미국인으로서 어떤 죄의식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가.
톰 크루즈 |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이 영화는 미국 문화가 막 들어오던 시대의 일을 그리고 있고 나는 그런 영화에 출연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에드워즈 | 즈윅 현대사회에서는 무언가 나쁜 일이 있으면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잘못이다. 모든 사건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모든 것은 단순하게 벌어진 것이 아니고, ‘누구 누구의 책임이다’라고 전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때의 정치와 어떤 흐름 같은 것들이 서로 겹치면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무엇인가 나쁜 일이 있으면 곧바로 누군가에게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무사도라고 생각한다.
-일본식 검을 쓴 액션장면들이 많은데, 지금까지의 액션과 어떤 차이가 있나. 또 일본 배우로서 톰 크루즈의 액션장면을 본다면.
톰 크루즈 | 촬영 전에 8개월간 트레이닝을 했다. 촬영 중에도 와타나베와 사나다라는 훌륭한 선생이 바로 옆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이 역을 위해서 체중을 10파운드 늘렸다. 무거운 투구와 갑옷 때문에 늘려야 했는데, 그 과정을 통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앨그런이란 인물이 될 수가 있었다. 만약 검을 쓰는 장면이 서툴러 보인다면 그건 전적으로 두 선생의 탓이다. (웃음)
와타나베 겐 | 이렇게 열심인 배우는 사나다 히로유키 이래 처음이다. 언제나 ‘또 해?’라고 할 정도로 연습을 했다. 액션장면들이 꽤 하드하고, 마치 퍼즐처럼 복잡해서 서로를 믿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부상이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전우라고 하는데 어울리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사나다 | 히로유키 정말로 그는 터프하다. 하루에 몇 시간을 훈련하고, 촬영 뒤에도 다시 트레이닝을 한다. 납득할 때까지 몇번이나 다시 하는 배우 근성은 대단했다. 처음에도 액션장면은 거의 완벽했지만 촬영에 들어가서도 계속 어드바이스하거나 고치거나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흡수하면서 더욱더 사무라이답게 변해갔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우정도 깊어지고 그것이 영화 속의 생활과 성장과 겹쳐졌다. 신뢰 없이는 서로의 목숨을 맡길 수 없다고 하는 중요한 경험을 했다.
에드워드 | 즈윅 지금까지 검을 이용한 액션장면들과 이들이 한 액션은 매우 다르다. 매우 아름답지만 댄스는 아니고,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그런 장면을 소화하려면 대단한 운동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런 헌신적인 배우들은 여기에 있는 3명 이외는 생각되지 않는다.
톰 크루즈 | 전혀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톰 크루즈 | 소중한 것은 자신에게 정직하고 성실한 것이며, 제일 중요한 것은 주위의 사람을 돕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해주어 보답받는 것만큼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것이 인생으로 제일 훌륭한 일이다. 어떤 것이라도 좋다.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거나 웃음을 던져주는 것부터, 그런 일들을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나가면 이 세상은 좋은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