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파의 두목 차은진(신은경)은 다른 조직과의 싸움 도중 빌딩 옥상에서 떨어진다. 주변을 지나가던 중국집 주방장 재철(박준규)은 정신을 잃은 은진을 발견하여 집으로 데리고 간다.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은진은 재철의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2년 뒤, 재철의 가게가 있는 거리의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다. 은진의 라이벌이었던 백상어가 재개발 이권을 노리고 왔다가, 기억을 잃은 은진을 보게 된다.
■ Review속편 만들기는 언제나 어렵다. 전편을 의식하다 보면, 어딘가 미끄러지게 마련이다.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는 시작부터 험난한 길을 택했다. 왜 하필이면 ‘기억을 잃어버린’ 조폭 마누라를 택했을까. 영화를 보면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조폭마누라2>는 기억을 잃어버린 은진이 순진한 동네 사람들과 ‘의리’를 다지는 이야기다. 타고난 재능으로 조폭들을 평정했던 은진은, 자신의 힘을 알지도 쓰지도 못한 채 중국집 배달부로 일한다. 재철을 비롯한 많은 남자들이 은진에게 접근을 하면서 자잘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사건들은 오로지 ‘개그’ 일색이다. 주현, 이원종 등 뛰어난 조연들도 드라마 자체에는 별다른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조폭마누라2>는 ‘기억을 잃어버린’ 은진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을 그린다. 그건 <조폭마누라>의 즐거움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린 시도다. 아니 <조폭마누라>를 다시 만들겠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조폭마누라>는 꽤 허술한 영화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즐거움이 있었다. 남자 중심의 조폭 세계에서 ‘여성’이 펼치는 액션이 눈에 들어왔고, 신파코드지만 언니를 위해 위장결혼을 한다는 설정도 그럴듯했다. 그러나 <조폭마누라2>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 은진과 백상어의 갈등 같은 전편의 설정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조폭마누라2>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조폭마누라2>는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은진의 기억찾기와 엽기적인 개그로 허비하면서, 재철의 딸 지현과 은진의 갈등이 해결되는 일종의 가족드라마로 착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은진이 기억을 찾고 난 뒤의 사건들은 일사천리로 흘러간다. 액션장면들은 볼 만하지만 너무나 적고, 상황도 보잘것없다. 게다가 오프닝의 액션은 조폭의 싸움이 아니라 특수부대가 주인공인 영화에나 어울리는 장면이다. <조폭마누라2>는 어울리지 않는 옷과 화장으로 잔뜩 치장을 하고, 전편의 관객을 유혹한다. 분명한 것은 <조폭마누라2>가, 전편만한 속편이 없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