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자동차와 스피드로 무장한 단순 폭주영화,<패스트&퓨리어스2>
2003-09-02
글 : 김현정 (객원기자)
■ Story

LA 경찰이었던 브라이언(폴 워커)은 과거를 묻은 채 마이애미에서 살고 있다. 지금 브라이언은 개조한 자동차를 타고 한밤의 거리를 질주하는 스트리트 레이서. 어느 날 밤 불법 경주로 체포된 브라이언은 마약딜러 카터 베론을 위해 일하면서 돈세탁 현장을 포착하라는 경찰의 요청을 어쩔 수 없이 승낙한다. 역시 전과기록을 없애야 하는 옛 친구 로만(타이리스)과 베론의 비서로 잠입한 세관 수사관 모니카가 브라이언을 돕는다.

■ Review

<패스트&퓨리어스2>는 2001년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의 속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와 스피드만을 연료로 삼은 이 단순한 폭주영화는 <2 Fast 2 Furious>가 원제. 트럭들을 습격하는 강도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분노의 질주>의 드라마를 듬뿍 덜어낸 대신, 원제의 묘미를 살려 관능적이기까지 한 자동차들과 랩퍼이자 모델인 타이리스의 쾌활한 유머로 빈자리를 메웠다.

속편은 더 크고 더 강렬해야 한다는 원칙을 생각하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패스트&퓨리어스2>는 존 싱글턴이 연출한 영화다. <하이어 러닝> <보이즈 앤 후드>로 물의를 일으켰던 흑인감독 존 싱글턴이라면 좀더 심각한 드라마를 내놓을 수 있었겠지만, 그는 흑인영화의 한 흐름을 만들었던 감독이면서 스피드에 열광하며 자란 LA 남부 출신 청년이기도 했다. 싱글턴은 그 자신이 매혹됐던 스트리트 레이싱에만 집중했다. 군더더기 없는 이 영화는 아주 작은 커브, 브라이언의 새로운 로맨스나 타이리스의 수다에 한눈파는 대목만 제외한다면, 직선도로를 그저 달려갈 뿐이다.

1시간30분이 넘는 <패스트&퓨리어스2>는 드라마가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지 않다. 나트륨 가스통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질주하는 자동차, 한계를 넘은 탓에 롤러코스터처럼 진동하는 운전자와 그 곁을 광선처럼 스쳐가는 창 밖의 풍경, 끊어진 다리 사이를 뛰어넘는 엄청난 충격은 극장 전체를 쾅쾅 두드리는 것처럼 실감나는 체험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약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거나 로맨스에 목숨을 걸었다면, 너무도 생각없는 영화를 만든 데 대한 구차한 변명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거대한 근육 안에 카리스마를 꽉 채웠던 빈 디젤의 부재. 비슷한 근육질의 흑인 타이리스를 기용하고 폴 워커에게 중심을 내주었지만, 빈 디젤을 대신하기엔 둘 다 너무 가볍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