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쉬움이 남는 세련된 공포,<주온2>
2003-09-02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 Story

공포영화의 ‘호러 퀸’ 하라세 교코(사카이 노리코)는 <납량 특집방송! 귀신이 나오는 흉가의 실체>라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다. 보기에도 불길한 흉가는 몇년 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의문의 죽임을 당한 뒤 아이마저 행방불명된 곳이다. 촬영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던 교코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유산을 한다. 그러나 괴이하게도 며칠 뒤 여전히 임신한 상태임을 알게 된다. 한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캐스터가 애인과 함께 목을 매달아 죽고, 분장 담당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등 흉가에 찾아갔던 관계자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프로듀서인 케이스케는 교코를 찾아가 다시 흉가로 가보자고 말한다.

■ Review

아무리 무서운 귀신이라도, 보고 또 보고 하다보면 친숙해진다. 이나 <나이트메어>는 이제 제이슨과 프레디가 나와도 별로 무섭지가 않다.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면 관객은 열광하고, 그들은 관습화된 영웅을 연기하며 익숙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하지만 <주온>은 다르다. 흉가에 붙어 있는 지박령의 저주 때문에 벌어지는 공포는, 반복될수록 효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주온>은 에피소드를 맞붙이고, 각각에 클라이맥스를 집어넣어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에피소드마다 뭔가 무서운 상황을 연출해야 하는 것인데, 이제는 너무 뻔하다. 아무리 가야코가 이상한 몸짓과 표정으로 노려봐도 별로 무섭지 않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주온2>에서 약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첫 번째 극장판은 비디오판으로 <주온>을 만난 관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비디오판의 이해가 없으면, <주온> 극장판의 재미는 약간 떨어진다. <주온2>는 모든 부담을 떨치고, 가야코와 토시오의 존재만이 연결되는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면서 공포 이외의 무언가를 더 드러내려고 한다. 전편에서도 약간 암시가 되었던, 가족애 혹은 모성애 같은 것들. 교코의 임신에서 드러난 ‘가족’ 코드는 다분히 나카타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를 의식한 느낌이 든다.

아쉽기는 하지만 <주온2>에서는 여전히 시미즈 다카시의 세련된 공포감각을 맛볼 수 있다. 방송 리포터인 토모카와 영화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치하루의 에피소드는 눈여겨볼 만하다. 날마다 12시57분이 되면 벽을 쿵 하고 치는 소리에 시달리던 토모카는, 흉가에 다녀온 뒤 소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 머리카락을 이용한 그 공포는 오래 전 <요괴인간>이나 이토 준지의 만화들을 연상시킨다. 가장 일본적이면서, 가장 소름끼치는 순간이다. 현실과 환상을 자유럽게 넘나들며 전개되는 치하루의 에피소드는 야심만만하지만, <주온2>의 전체 스토리와는 겉도는 느낌을 준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