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세습무 채정례와 채둔굴은 어머니의 대를 이어 무당을 하고 있는 자매. 여든살이 넘은 두 할머니는 자식에겐 무당일을 가르치지 않아 그들이 죽으면 세습무의 대가 끊기게 된다. 채정례는 중풍에 걸린 언니 채둔굴이 홀로 살고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진도의 강신무 박영자는 어머니의 혼이 몸에 들어와 시름시름 앓는다. 그녀는 굿을 벌여 조상을 위로한다. 인천의 강신무 박미정은 자식을 잃은 어느 어머니를 위해 굿을 한다. 카메라는 이들 네 사람, 고단한 무당의 삶을 따라간다.
■ Review박기복 감독은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와 <냅둬>로 널리 알려진 다큐멘터리 작가다. 길에서 먹고 자는 부랑자의 삶을 영상에 담기 위해 기꺼이 그들의 친구가 되고 형이 됐던 그는 <영매>에서 전과 다른 야심을 보인다. 우리 사회의 환부에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는 대신 그는 먼길을 돌아간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시작해 황해도 굿에 이르는 여정은 지금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돌아보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있다. 세밀한 기록영화로 출발한 <영매>는 후반부로 가면서 서정적인 시로 변화한다.
<영매>에는 잊을 수 없는 두 장면이 있다. 인천의 무당 박미정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 굿을 하는 장면과 채둔굴 할머니의 죽음과 붙어 있는 진도의 상여행렬 장면이다. 전자는 영화의 부제인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무엇을 뜻하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고 후자는 그렇게 고통스런 일을 하던 이 땅의 슬픈 삶이 어떻게 떠나는지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의 살아 있는 심장과 영혼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내레이션을 자막처리한 프린트로 상영했지만 이번엔 배우 설경구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한 프린트를 선보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