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배우의 재능은 선택에 있다,에드워드 노튼
2003-09-03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에드워드 노튼은 뉴욕을 떠나지 못하는 배우다.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되도록이면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먹히지 않고 싶다. 뉴욕에선 할리우드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말한 이유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닌 듯하다. 노튼은 자신이 감독한 영화 <키핑 더 페이스>에서 뉴욕을 향한 천진한 애정을 과시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인사를 주고받는 거리와 아름다운 성당을 담은 <키핑 더 페이스>는 양면의 얼굴을 가진 이 배우가 보기 드물게 반짝거리는 모습만 보여준 영화였다. 여덟살 때 이미 연기 교사에게 “이 신에서 내 행위의 목적은 뭔가요?”라고 물었다는 총명한 배우. 스파이크 리는 9·11 테러 이후 뉴욕을 직시한 영화 에 노튼을 기용함으로써, 마찬가지 총명함을 입증해 보였다.

노튼은 오랫동안 스파이크 리를 칭송해왔다. <히 갓 게임>을 “대담한 스타일을 가진 서사시”라고 표현했던 노튼은 세계무역센터를 잃은 상실감을 가볍게 치고 지나가는 시나리오만 받아보며 실망하다가 시를 만났다. “는 9월11일 이후 내 마음을 움직인 첫 번째 시나리오였다. 이 영화는 도덕에 무감각해질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노튼은 몬티가 되었다. 7년 동안의 감옥생활을 눈앞에 둔 서른한살의 청년, 머리 좋은 백인 마약딜러, 인간보다는 상처입은 개를 구하고 싶어하는 기묘한 정의감의 소유자.

몬티는 악인인지 선인인지 알 수 없다. 주름진 쌍꺼풀이 흔들리며 불안해 보이는 노튼 역시 마찬가지다. 좁은 어깨를 가진 그는 <프라이멀 피어>에서 천사와 악마를 양쪽에 짊어졌지만, 이젠 한 걸음 더 나아가, 쪼개진 선과 악을 하나의 표정에 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이 노튼이 표현하는 인간이다. 노튼은 “삶은 포커와 같다.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으므로, 감수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한순간 판단을 내려야 하는 포커처럼, 사람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 선택이 옳은 것인지, 자신을 무너뜨리지는 않을지, 판이 끝나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다. 몬티는 그저 잘못된 패를 던진 것이다.

선택은 배우로서 노튼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노튼은 “배우의 재능은 선택에 있다”고 말해왔고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하고, 그 선택결과는 온전히 우리가 책임질 몫”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부 메릴랜드 출신이면서도 켄터키가 고향이라고 우기며 남부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한 <프라이멀 피어> 오디션에서부터, 그는 제대로 골라온 것처럼 보인다. 반듯한 청년으로 출연한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나 삶에 물린 화이트칼라였던 <파이트 클럽>, 말랑말랑한 몸을 깎고 다듬으며 신나치 청년으로 다시 태어난 <아메리칸 히스토리 X>. 노튼은 이런 영화들에 출연하면서 데뷔한 지 3년안에 두번이나 오스카 후보에 오르는 은총을 입었다. 그러나 노튼은 소수만 사랑하는 배우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뚜렷한 개성만 있다면 장르영화도 좋다”는 그는 신작 <이탈리안 잡>에서 함께 황금을 훔친 친구들을 배반하는 비열한 악당을 연기했다. 믿지 못할 카체이서 장면이 인상적이라는 <이탈리안 잡>은 승리를 보장하는 패일까. 누구나 인정하는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항상 자신의 재능을 심사숙고하는 노튼을, 믿어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제공 GA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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