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9월7일(일) 밤 11시
한국영화 중에는 애초 기획부터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들이 많다. 최근 90년대 말부터 이른바 ‘기획영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그러할 텐데 60, 70년대에도 그런 ‘기획영화’들이 많았다.
이형표 감독의 <속 이별> 역시 그런 ‘기획영화’이다. 이 영화는 1973년 신상옥 감독이 먼저 만들어 발표한 <이별>의 속편이다. 1971년 길옥윤 작곡, 패티 김 노래의 <이별>이 발표되고 대중적으로 크게 사랑을 받자 신상옥 감독은 노래 <이별>을 영화주제가로 하고, 파리 로케이션 촬영으로 김지미, 신성일, 오수미 주연의 <이별>을 만들었다. <이별> 1편이나 이 영화 속편 역시 그 당시 최고의 가수 패티 김과 그의 노래를 전면에 내세워 흥행을 노린 기획영화이다. 속편까지 만들어진 이유는 당연히 1편이 흥행에 크게 성공했기 때문(당시 15만명 정도가 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이고, 이런 식의 기획은 당시로선 그리 낯선 기획은 아니었다.
영화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특별한 것이 없이 당시의 통속 멜로드라마 속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60년대 초 <서울의 지붕 밑> <여자의 길> 등 우리 이웃의 애환을 풋풋하면서도 따뜻한 터치로 그려낸 서민드라마가 전공이었던 이형표 감독의 초기작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이형표 감독 특유의 가족, 사람에 대한 터치는 녹슬지 않았음을 군데군데 볼 수 있다. 패티 김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올드 팬에게는 그녀의 젊은 시절 모습과 목소리를 감상하며 그 옛날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후라이보이 곽규석씨, 작곡가 박춘석씨, 길옥윤씨와 패티 김의 딸 정아 등도 놓치기 아까운 얼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