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말하는 캥거루는 나오지 않지만‥ <캥거루잭>
2003-09-23
글 : 김종연 (영화평론가)
■ Story

어린 시절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단짝 친구인 찰리(제리 오코넬)와 루이스(앤서니 앤더슨)는 찰리의 의붓아버지이자 갱 두목인 살(크리스토퍼 워컨)의 일을 망쳐놓은 벌로 호주 외딴 곳에 5만달러를 배달하러 간다. 목적지 근처에서 자신들의 자동차에 받혀 쓰러진 캥거루 ‘잭’에게 선글라스를 씌우고 돈이 들어있던 재킷을 입혀 기념 사진을 찍으려던 찰리와 루이스, 캥거루가 갑자기 일어나 달아나면서부터 돈을 찾기 위한 캥거루와의 우스꽝스러운 추격전을 시작한다.

■ Review

우선 주의! 이 영화에 ‘말하는 캥거루’는 나오지 않는다. 현란한 춤과 랩 실력을 자랑하는 CG산(産) 캥거루가 나오는 예고편을 보고 캥거루판 <스쿠비 두>를 기대했다면 크게 낭패를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관객을 위한 약간의 서비스 타임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찰리의 의붓아버지 말대로 중세에 태어났더라면 ‘공주는 죽이고 용은 구했을’ 덜떨어진 친구들이 영악한 캥거루를 쫓고 살벌한 갱들에 쫓기며 황량한 호주의 오지에서 벌이는 소동극이다. 하지만 <덤 앤 더머>의 막강 버디에 견주기엔 너무 똑똑해 그런지 이들의 코미디는 전반적으로 화장실 유머의 기본기에 충실한 편이다. 똥, 성기, 동성애 조롱 등등. 그 태도는 너무 순진하기까지 해서 방귀소리 내는 낙타가 나오고 슈퍼모델 출신 에스텔라 워런이 물에 젖어 몸에 착 붙는 셔츠를 입고 나타날 때쯤엔 영화의 포인트가 뭔지, 어디서 웃어야 할지조차 난감해지는 것이다.

디즈니의 동물 액션영화 구도에 블랙코미디 양념을 넣고 화장실 유머와 버디 무비를 대충 버무린 이 수상한 영화를 제리 브룩하이머식 ‘퓨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지나친 미화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유쾌한 데는 그런 어울리지 않는 ‘퓨전’이 한몫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개봉 첫주에 전미 흥행 1위를 한 이 영화는 웃기는 영화가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우스운 영화’라도 되겠다는 그 갸륵함으로 초지일관한다. 그 덕에 ‘최악의 영화’에 대한 관객의 열광적 반응을 업고 한동안 컬트의 자리에 머무르기도 했다. 다만 호주식 영어를 갖고 말장난하는 코미디가 전혀 언어감각이 다른 한국에서 유사한 결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요테 어글리>의 데이비드 맥널리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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