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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은유로 감싸인 욕망, <장미의 성>
2003-09-24
글 : 심은하

EBS 9월28일(일) 밤 11시

<삼등과장>(1961), <행주치마>(1964), <마포 사는 황부자>(1965), <잘못 보셨다구>(1969) 등을 만든 이봉래 감독은 모던하면서도 다소 튀는 대사들로 이루어진 코미디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1960년대 코미디영화 중에서도 그의 영화는 다소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다. 그저 웃기기만 하기보다는 세태를 꼬집는 풍자적인 터치를 보여주는 점이 당시의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 면모를 가진 그의 영화 색깔이다(그의 영화가 지닌 풍자성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는 될 수 없겠지만, 이봉래 감독의 장인이 60년대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씨라는 사실과도 그리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장미의 성>은 이봉래 감독의 작품연보 속에서 비교적 후기작에 속한다. 이 영화는 희곡작가, 시나리오작가, 방송작가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차범석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차범석의 희곡은 10편 정도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중 김수용 감독의 1967년작 <산불>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도 하다.

<장미의 성>은 연극무대에 먼저 올려진 작품인데, 이봉래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서 그의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진지하면서도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들, 예를 들어 문정숙의 남편이었던 남궁원이 동성애자라든지 딸과 어머니가 한 남자를 좋아하는 설정 등을 다루고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선 그런 소재들이 은유적이고 관념적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를 기억하고 이봉래 감독의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매우 이색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제5회 시카고영화제 출품작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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