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공포물은 `싸구려 장르`...?<어둠의 저주>
2003-10-15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Story

미국의 어느 외딴 마을 다크니스 폴스, 이곳엔 ‘이빨요정’의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아이들이 이를 갈 때 자기 젖니를 베개 밑에 놓고 자면 요정이 밤에 찾아와 빠진 이를 갖고 간다는 이야기. 전설은 절대 요정의 얼굴을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요정의 얼굴을 보면 저주를 받기 때문이다. 카일(체니 클레이)은 어린 시절 이빨요정의 얼굴을 본 경험이 있다. 그는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이빨요정을 두려워하며 어둠을 피해 살아간다. 이빨요정은 빛이 있는 곳에는 나타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여자친구 케이틀린(에마 카필드)이 카일을 찾는다. 남동생이 카일처럼 이빨요정을 본 뒤 불면증에 빠진 것이다. 카일은 케이틀린의 남동생을 만나면서 이빨요정이 가까이 왔음을 깨닫는다.

■ Review

대부분의 서구 괴담이 그렇듯 <어둠의 저주> 역시 기독교적 이분법에 기초한 전설을 근거로 삼고 있다. 억울하게 마녀로 몰려 교수형을 당한 이빨요정은 ‘천사’에서 ‘악마’로 돌변한 존재이고 흉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언제나 가면을 쓰며 빛을 피해 어둠에서만 활동한다. 저주를 피하려면 절대 얼굴을 보지 말라는 규칙만 지키면 되지만 공포물의 등장인물들이 그런 금기를 지킬 리 없다. 살인마의 존재를 우습게 여기던 마을엔 차츰 난도질당한 시체가 쌓인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이빨요정이라는 괴물이다. 젖니를 가는 어린이에게 나타난다는 설정은 대뜸 아동기를 벗어날 때 느끼는 성장의 공포를 상기시키지만 영화에서 좀더 중요한 맥락을 갖는 건 어둠에서만 활동한다는 점이다. 성장의 공포가 어둠의 공포로 변한 셈인데 영화는 이 대목에서 석연치 않다. 공포의 뿌리를 탐색하는 대신 <어둠의 저주>는 대부분 상영시간을 괴물과 인간의 싸움에 할애한다. 이빨요정의 살인이 있은 뒤 12년 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이 다시 이빨요정과 마주치면 그때부터 영화는 흔한 슬래셔영화의 속편처럼 과장된 사운드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데만 집중한다. 비록 <나이트메어>의 프레디와 <블레어윗치>의 마녀를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괴물이지만 이빨요정은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시시한 존재가 되어간다.

아마 공포물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어둠의 저주>가 무척 낯익은 영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빨요정의 전설은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아니지만 나머지 요소는 한결같이 익숙한 것들이다. 공포의 실체를 목격한 주인공은 ‘왕따’ 신세가 되고 그를 사랑하는 여자는 남자의 말을 믿어야 하나 망설이며 어리석은 경찰은 괴물을 우습게 여기다 속수무책 당한다. <어둠의 저주>는 공포물을 ‘싸구려 장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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